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되지만 소급 적용 안돼
안경덕 고용부 장관 "한전 사장 처벌될수도" 엄포만
[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지난해 11월 한국전력공사 하청업체 직원이 고압전류에 감전돼 사망하는 사고와 관련 한전 본사와 최고책임자인 정승일 한전 사장은 처벌 대상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6일 고용노동부와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동부는 지난달 27일 한국전력 지사장(안전보건총괄책임자)과 하청업체 현장소장 등을 절연용 보호구 미지급 등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5일 한전 하청업체 직원 김모씨는 여주시의 신축 오피스텔 인근 전봇대에서 전기 연결 작업을 하는 도중 고압전류에 감전돼 사망하는 사고를 당했다. 현장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아 고압 전기작업을 할 때 쓰는 활선차가 없어 구조가 30분 가량 지연됐고, 김씨는 신원 확인 조차 어려울 정도의 화상을 입어 사고 19일만에 결국 숨졌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8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전기나 열 등 위험으로 인한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제63조에 따르면 도급인인 한전은 관계 수급인인 하청업체의 근로자가 도급인 사업장에서 작업을 하는 경우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 시설의 설치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32조에도 사업주는 감전의 위험이 있는 작업에는 절연용 보호구를 지급하고 착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김 씨는 활선차가 아닌 일반 트럭 차량을 타고 작업했고, 장갑도 절연장갑이 아닌 일반 면장갑을 착용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에서는 지난해에만 전기공사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해 공공기관 중 사고사망자가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한전 본사와 정승일 한전 사장은 사고 처벌 대상에서 빠져있다. 현행법상 처벌한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노동부 한 관계자는 "하청업체와 안전 담당자에 대해서만 법률 근거가 있어 본사와 사장까지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말했다.
노동법상 사건이 발생한 지사의 경우 체계가 갖춰져 하나의 '사업장'으로 볼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장을 실질적으로 총괄하는 지사장이 안전보건관리책임자로 선임되기 때문에 본사까지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날 안경덕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정승일 한전 사장과의 통화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면 한전 사장도 처벌될 수 있다"고 한 말도 엄포에 불과한 셈이다.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는 산업재해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을 내릴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모든 법률은 시행 이전의 사건에 대해서는 소급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사건도 해당되지 않는다.
고인이 된 김씨의 가족들은 지난 4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통해 "한전은 하청의 잘못으로 떠넘기고, 하청업체는 기본적인 안전장치도 없이 고인을 사지로 내몰아 고인의 실수로만 이야기한다"며 "한전과 하청업체의 강력한 처벌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