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포스코 노동자들이 지주사 전환에 대해 '최정우 회장이 중대재해처벌법의 법적 책임을 벗어나려는 꼼수'라며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와 포스코사내하청지회는 28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그룹 핵심사업을 토대로 경쟁력을 제고하고 시너지를 창출하겠다고 하지만 실상은 최 회장의 책임회피이자 꼼수, 탐욕을 위한 것"이라며 "최 회장의 권한을 강화하고 노동자 권리 강탈하는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을 반대한다"고 밝혔다.
한대정 금속노조 포항지부 포스코지회 수석부지회장은 "최 회장 임기 동안만 무려 20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전날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1호 처벌대상자는 최 회장일 수 밖에 없다"며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 최 회장은 포스코홀딩스 대표가 돼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 대표에게 중대재해 책임을 떠넘기면서 결국 독점적 권한만 챙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오전 9시 47분께 포항제철소 화성부 3코크스 공장에서 스팀 배관 보온작업자에 대한 안전감시를 하던 용역업체 소속 A(39)씨가 장입차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노조는 불법파견에 대한 법적 책임도 언급했다.
목수조 금속노조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수석부지회장은 "현재 '포스코 사내하청노동자는 불법파견이니 정규직 전환하라'는 1, 2심 판결에 이어 대법원 최종심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최 회장은 법원 판결을 이행하지도, 불법에 대해 사죄하지도, 범죄행위에 대해 책임지지도 않고 있다"며 "지주사 전환은 최 회장에게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겉으로는 노동존중과 노사대화를 강조하고 재발방지대책을 발표했지만 현장과 시스템은 개선되지 않았다"며 "현장에서는 노동배제와 노동탄압으로 일관하는 관리자들의 부당노동행위가 판을 치고 폐암, 악성중피종 등 직업성 질병에 고통받는 노동자들은 늘어가고 있다"고 토로키도 했다.
아울러 이들은 "노동자와 시민들의 권리를 강탈하고 포스코와 최 회장의 이익만 강조하는 지주회사 체제는 의미가 없다"며 "지주회사 전환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노조는 현장노동자, 포스코 소액주주들과 함께 지주회사 전환을 반대하는 공동행동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날 경북 포항시도 포스코 지주회사 전환 확정과 관련해 "지역 상생발전에 대한 소통과 대책 마련이 없어 매우 유감스럽다"며 "국민기업인 포스코는 제철보국이란 창사이념을 되새기고 지방소멸 위기 속에서 지역균형발전이란 시대적 소명을 무겁게 받아들여 국가와 지역에 역사적 과오를 범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포스코는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사업 부문을 100% 자회사로 분할하는 '지주사 체제 전환'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이날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안건이 의결됨에 따라 포스코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인 '포스코'로 나눠 운영된다. 포스코홀딩스는 그룹의 미래 신사업 발굴과 그룹 사업 개편 및 투자관리를 전담하는 상장사로 유지되며 포스코는 100% 자회사인 비상장법인으로 분리돼 본업인 철강사업에 집중한다.
아울러 포스코그룹은 기존 철강 뿐 아니라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축·인프라, 식량 등을 그룹의 핵심 기반사업으로 선정해 지주사 중심으로 각 사업들의 경쟁력 제고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균형 있는 성장체제를 구축하고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선도하는 친환경 미래소재 전문 그룹으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이다.
지주사와 자회사는 3월 2일 출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