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주요 인사들 잇따라 발언대 올라···긴축 속도 가늠할 기회
우크라이나發 지정학적 리스크↑···"단, 과한 오버슈팅은 금물"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주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던 외환시장은 이번 주(14~18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색채를 가늠할 수 있는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는 16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공개되는 것은 물론,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도 예정돼 있다. 아울러 전운이 최고조에 달한 우크라이나발(發) 리스크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1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오전 9시46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198.5원)보다 1.3원 높은 1199.8원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 주말간 환율은 1190원대 초반까지 레벨을 낮췄으나, 이날 전거래일보다 1.5원 갭업한 1200.0원으로 개장했다. 이후 소폭 오름폭을 낮춘 환율은 1199원 후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등 횡보세를 보이고 있다.
외환시장은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 속 소비자물가 급등세에 통화긴축 경계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지난주 40년 만에 가장 높았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미국의 3월 50bp(1bp= 0.01%) 금리인상 가능성, 연간 최대 6회 인상 가능성 등의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상단으로 방향을 잡는 듯 했다.
하지만 유럽중앙은행(ECB) 및 영란은행(BOE) 등이 긴축 움직임에 동조화하자 일방적인 달러 강세는 제한됐다. 이에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 강세 속에서도 환율은 네고(달러 매도) 물량 출현 및 금융당국 경계심리까지 겹치며 1200원을 뚫지 못했다.
이번 주 외환시장에서도 글로벌 리스크 요인들이 강(强)달러를 더욱 부추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역내 수급 요인 및 일일 대내외 요인들로 등락폭의 변동성을 제공할 전망이다.
먼저 오는 16일 연준의 FOMC 의사록이 공개된다. 지난달 FOMC 회의에서 테이퍼링 종료 이후 금리인상을 위한 조건과 시기 및 폭에 대한 상세한 논의를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며, 특히 양적긴축(QT)과 관련해 실제 논의된 조기 시행조건 및 축소 절차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담겨있을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오는 18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통화정책 포럼'을 전후로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예정돼 있다. 연준 안팎의 목소리를 통해 통화정책 정상화 강도를 가늠할 수 있을 전망이다. 특히 통화정책 포럼에선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 및 학계 교수들도 참석해 연설하는 만큼, 정상화 경로에 대해 더욱 다양한 의견들이 표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우크라이나발(發) 지정학적 리스크도 이주 환시의 주요 변수 중 하나다. 미국·유럽 등 서방국가와 러시아 사이의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에선 연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설리번 미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폐막 전 공격을 감행할 수 있는 단계에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주재 자국 대사관 직원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이는 곧 금융시장 내 '리스크오프'(위험자산회피) 선호를 부추길 수 있는 재료이며, 국제유가 및 원자재 가격 급등세에 불을 붙일 수 있다. 러시아는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이며, 우크라이나는 곡물류의 글로벌 수출 기여도가 높다. 결국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욱 확대될 수 있다. 아울러 물가상승압력은 재차 통화 긴축을 가속화시키고, 금융시장의 투심을 훼손해 큰 충격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단, 전문가들은 과도한 상승 국면 전환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버슈팅을 감안하되, 가능성을 높게 판단하지 말 것"이라면서 "최근 꾸준하게 금융안정을 주문하는 당국 경계 속에서 (원·달러 환율이) 1200원 후반대 구간으로 올라서기에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00원 대기 네고 물량도 환율 상단을 누를 수 있기 때문에 완만한 상승 국면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오는 15일 우리나라의 수출입물가지수(1월), 미국 생산자물가지수(PPI, 1월) 등이 발표되며 16일엔 중국 PPI(1월) 등이 예정돼 있다. 아울러 14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의 언론 인터뷰를 시작으로 오는 17일에는 로레타 메스터 클리브랜드 연은 총재가 연설한다. 이후 18일 시카고에서 열리는 '미국 통화정책 포럼'에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은 총재,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지명자 등이 참석한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1월 미국 생산자물가와 FOMC 의사록 발표 등 물가와 미 연준 통화정책관련 불확실성이 글로벌 외환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전망이다. 특히 FOMC 의사록 내용이 달러화 추이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며, 바이든 미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사태 경고의 현실화 여부도 유가는 물론, 달러화 변동성을 좌우할 중요 변수로 꼽힌다.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초반 수준에서 재차 방어될 수 있을지가 관심이다. 미국 국채 금리 급등 및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급증 등 대내외 여건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있다. 더욱이 이번 주 우크라이나 사태 확산 리스크는 환율의 전고점(1206원) 돌파를 좌우할 변수다. 단, 정부의 시장개입과 위안화 가치 안정세가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190~1202원
월초 미국의 견조한 고용지표를 확인한 데 이어 이번 주 미국 1월 소비자물가 발표를 앞두고 외환시장의 경계감은 여전하다. 다만 전주 나타난 ECB, BOE 등의 통화정책 동반 정상화 움직임에 추가 달러지수 강세는 제한되고 있다. 특히 3월 50bp 금리인상 가능성에 회의적이라는 주요 연은 총재의 발언이 위험자산 선호 심리 회복에 기여했다. 이에 주간으로 신흥국 통화가치가 반등하고, 달러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일본 엔화, 스위스 프랑화는 약세를 보였다.
전통적으로 일본 엔화와 스위스 프랑화는 미국과의 물가차로 설명력이 높은 통화에 해당했다. 즉,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의 물가 수준은 구매력 평가설에 의해 미국 달러화보다 견조한 엔화의 흐름을 지지해온 것이다.
다만, 코로나 이후 통화정책 정상화 국면에서 외환시장의 주요 동인은 미국과의 금리차가 주효한 것으로 보인다. 엔화, 프랑화와 변동성지수(VIX) 간 상관계수를 보더라도 과거와 달리 안전자산의 위상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위험자산 선호 심리 여부와 전통적인 안전자산 통화 간의 상관성은 점차 약해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