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주진희 기자] '포스코 지주사(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을 두고 경북 포항 각계각층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오는 28일 최정우 회장의 퇴출을 촉구하는 '범시민 총궐기 대회'가 예정돼 있는 가운데 여론전까지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다.
23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항시 각계 인사로 구성된 '포스코 지주사 포항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이하 범대위)는 "포스코는 4대 요구안에 대한 답변받지 못했다"며 "28일 오후 2시 포항 남구 괴동동 포스코 본사 앞에서 3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최 회장을 규탄하는 궐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범대위는 지난 21일 포스코 측에 22일까지 △포스코 홀딩스 본사 포항 이전 △미래기술연구원 등 연구시설 포항 설립 △지역 상생협력 대책 △철강 부문 재투자·신사업 투자 확대 등 4대 요구안에 관한 답변을 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현재 포스코 본사를 비롯해 포항시내 전역에는 포스코홀딩스 본사를 서울에 설립하는 것에 대해 반대하는 현수막이 수백장 붙어 있다. 포스코홀딩스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이 서울과 수도권에 설립되면 투자 축소, 인력 유출, 세수 감소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에 '포항시민 우롱하는 최정우는 사퇴하라', '최정우 회장 퇴출' 등 최 회장을 겨냥하며 책임론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범대위는 지난 12일부터 포스코지주사 서울 설립 반대 서명을 받고 있으며 30만명을 최종 목표로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청년회, 고엽제전우회, 영일만서포터즈, 새마을회, 친환경농업협회, 시의회, 포항참여연대, 체육회, 자율방재단 등 포항 각계각층부터 대구와 광양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 가운데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도 직원 신분이 본사 소속에서 포스코홀딩스의 자회사 소속으로 바뀌는 점, 최정우 회장 장기집권 추진 등을 우려하며 반대 운동에 나서고 있다.
여·야 대선 유력후보들도 포스코그룹 지주사의 서울 설립 반대 움직임에 가세했다.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균형발전 역행하는 포스코의 서울 본사 설립을 반대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도 지난달 27일 서울 당사에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이강덕 포항시장을 만나 "국가기관도 지방으로 가는 마당에 국민기업 포스코가 지주회사를 서울에 설치하는 것은 지방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것으로 반대한다"라고 말한 바 있다.
포스코 안팎에서는 그간 공식 입장문을 통해 "서울에 근무하는 그룹 전략본부가 지주사로 분리되는 것일 뿐 포항-서울간 인력 이동이 전혀 없기 때문에 세수 등 지역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변함이 없다"고 수십번 강조한 만큼 입장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최근 김학동 포스코 대표이사 부회장은 "지주사 본사를 포항에 두자는 것은 명분일 뿐 경제적 효과는 전혀 없다"며 "서울에 근무하는 그룹 전략본부가 지주사로 분리되는 것일 뿐"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미래기술연구원 수도권 설립에 대해서도 "국내외 우수한 과학자 영입을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포스코가 그룹차원에서 미래기술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신성장 사업을 추진하면서 신규투자, 일자리창출을 통해 포항, 광양 지역 발전에도 더 크게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포스코는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차원에서 최근 포항 본사와 포항제철소 주변에 '임직원 일동' 명의로 '포스코 본사는 포항이며 포항을 떠나지 않습니다', '포스코는 앞으로도 포항시와 상생발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포스코는 포항시와 포항시민을 변함없이 사랑합니다'란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기도 했다.
직장인 익명게시판 블라인드에는 사측이 포스코홀딩스 서울 설립과 관련해 '포스코 본사는 포항입니다'라는 이미지를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으로 변경을 권장하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포항에서 근무하는 포스코 직원 상당수는 최근 카카오톡 프로필을 지주사 관련한 홍보 문구로 바꿨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김병욱 의원(포항 남구·울릉)은 "포스코가 강제로 직원 개개인의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통제하며 포항 시민을 우롱하고 있다"며 "한 제보자는 '회사 윗선에서 개인 카카오톡 프로필 사진을 바꾸라는 권유를 가장한 강제 지시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포스코는 지난 1월 28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출석주주 89%의 찬성으로 지주회사 체제 전환 안건을 가결해 오는 3월 2일 지주사 전환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