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도 구광모도 합류···재계, 'AI' 한판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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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정의선도 미래먹거리 AI 시장 선점 치열
글로벌 초거대 AI생태계 확장을 위한 LG AI 연구원 중심 국내외 기업 및 민간 연합체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 (이미지=LG)
글로벌 초거대 AI생태계 확장을 위한 LG AI 연구원 중심 국내외 기업 및 민간 연합체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 (이미지=LG)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의 중심축인 '인공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인재 영입 및 전담팀 구성은 물론, 이종산업 간 협력도 마다하지 않는 등 투자를 아끼지 않고 사업 기회를 모색하는 모습이다. 기업의 미래 생존을 위해선 AI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현대차·SK·LG 등 국내 4대 그룹이 AI 경쟁력 확대에 뛰어들었다. 이 가운데 최태원 SK 회장은 SK텔레콤에 합류해 직접 AI를 챙기겠다고 밝혔고 구광모 LG 회장이 공 들이는 LG 초거대 AI 사업은 파트너사들과의 협업을 통해 생태계 확장에 나섰다. 
 
◇ SK '최태원 등판' LG '이종 간 협력' = SK그룹은 SK텔레콤, SK스퀘어, SK하이닉스가 주도적으로 AI사업을 이끌고 있다. 3사는 올해초 'SK ICT 연합'을 출범시키고 AI반도체 법인 '사피온(SAPEON)'을 설립해 반도체, 5G, AI 등 다양한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신사업 역량을 높이기로 했다.

특히 최 회장이 SK텔레콤 무보수 미등기 회장직을 맡기로 하면서 향후 SK텔레콤의 AI 사업과 디지털 혁신 가속화에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21일 SK텔레콤 사내게시판에 "글로벌 AI 컴퍼니로의 혁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며 도전을 위한 기회와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면서 "SK텔레콤의 도전에 함께 하고자 한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SK텔레콤에 합류한 최 회장은 지난해 3월 가동한 SK텔레콤 AI전략 태스크포스(TF) '아폴로'의 성과 창출을 집중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아폴로TF는 SK그룹 ICT패밀리 전반에 AI를 적용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또 최근 SK텔레콤이 미래 ICT 서비스가 AI와 메타버스를 융합한 세상, 즉 'AI-VERSE(AI와Universe의 합성어)'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T우주·이프랜드·AI Agent 3대 서비스 혁신에 나선 만큼 관련 계획에 업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비전과 풍부한 글로벌 네트워크, 강한 추진력을 활용해 SK텔레콤의 역량을 한데 모아 실제 혁신을 이뤄나가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LG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 세계 최초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아티스트인 '틸다(Tilda)'를 공개했다. 뉴욕 패션 위크 런웨이 현장 영상 갈무리 (사진=LG)
LG는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패션위크'에서 세계 최초 초거대 인공지능(AI) 기반 아티스트인 '틸다(Tilda)'를 공개했다. 뉴욕 패션 위크 런웨이 현장 영상 갈무리 (사진=LG)

LG그룹은 2018년 구광모 회장 취임 후 2018년 LG테크놀로지벤처스, 2020년 AI연구원 등을 잇달아 설립하며 AI 분야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20년 그룹 산하에 LG AI 연구원을 세운 구 회장은 당시 "최고의 인재와 파트너들이 모여 세상의 난제에 도전하면서 글로벌 AI 생태계의 중심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구글 출신 AI 석학 이홍락 미국 미시간대 교수를 LG AI연구원의 핵심인재로 영입했으며, 서울대와 캐나다 토론토대 등 글로벌 AI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생태계 조성에 힘쓰고 있다. 미국 LG AI연구원 설립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초거대 AI 개발에 11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초거대 AI란 자율적으로 사고·학습·판단·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를 뜻한다. 

특히 지난 22일 LG AI 연구원은 국내외 13개 기업이 모인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를 발족하고 글로벌 초거대 AI생태계 확장을 선언했다. 엑스퍼트 AI 얼라이언스는 이종산업 간 협력을 위해 IT·금융·교육·의료·제조·통신 분야 국내외 대표 기업이 모여 구성한 첫 민간 연합체로, LG의 초거대 AI '엑사원'을 바탕으로 각자 필요한 서비스를 개발할 예정이다.

배경훈 LG AI연구원장은 "파트너사들과의 긴밀한 협력으로 모든 산업 영역에서 상위 1% 전문가 AI를 만들어 기존에 보지 못했던 완전히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제공하고 초거대 AI 대중화를 이끄는 선두 주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LG는 지난 14일 엑사원으로 구현한 첫 번째 AI 아티스트 '틸다'를 뉴욕 패션 위크에서 공개하기도 했다. 스스로 학습해 사고하고 판단하는 틸다는 박윤희 디자이너와 협업해 만든 의상을 뉴욕 패션 위크에서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이 밖에 LG전자는 이달 카카오모빌리티 주최로 열린 '넥스트 모빌리티 2022' 행사에서 AI를 바탕으로 한 미래 자율주행차의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을 선보이기도 했다.

◇ 삼성·현대차, AI 인재영입·전담조직 투자 = 삼성과 현대자동차 등도 AI에 사활을 걸고 있다. 그룹의 미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총수가 직접 인재 영입에 나서는 등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이란 평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 이후 첫 해외 출장으로 캐나다에 있는 삼성전자 AI센터를 택했다. 이 부회장이 미래 사업으로 AI 등 소프트웨어 분야 역량 강화에 보다 힘을 싣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2018년, 2021년 대규모 투자계획을 발표할 때마다 AI 분야를 포함시키면서 미래 먹거리에 대한 의지를 보였다. 삼성은 2018년 AI, 5G 등 미래 사업 집중 육성에 180조원 투자 계획을 밝혔고 지난해 가석방 직후 240조원의 신규 투자 계획에도 AI가 담겼다.

이 부회장은 AI 인재 육성과 영입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뇌 기반 AI 연구를 개척한 세계적 석학인 승현준(세바스찬 승)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영입이 대표적이다. 승 교수는 지난 2020년 6월부터 삼성전자의 통합 연구조직인 삼성리서치 소장을 맡아 7개 AI센터의 미래 신기술과 융복합 기술 연구를 관장하고 있다. 또 삼성 글로벌 AI센터장을 맡고 있는 이동렬(다니엘 리) 미국 펜실베니아대 교수 영입에도 힘을 쏟을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 AI 포럼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삼성리서치 승현준 소장 겸 사장 (사진=삼성전자)
'삼성 AI 포럼 2021'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는 삼성리서치 승현준 소장 겸 사장 (사진=삼성전자)

현대차그룹은 미래 최첨단 상품의 경쟁력이 AI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원천기술 확보에 달려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자율주행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미래사업의 핵심이 AI에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초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우수인재가 있는 곳에 AI 연구소를 설치해 관련 분야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개방형 플랫폼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교류를 활성화할 계획"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대차는 지난 2020년 AI 분야 최고 석학으로 손꼽히는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토마소 포지오 교수와 다니엘라 러스 교수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했다. 또 싱가포르 '현대 모빌리티 글로벌 혁신 센터'에는 AI 연구 조직인 '에어 센터'를 설립했다. 싱가포르 에어 센터는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 전문 조직인 '에어즈 컴퍼니(AIRS Company)'와의 협력을 통해 AI 기술 연구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AI에 대한 주요 그룹의 투자와 관심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AI를 통해 생산성 효율은 물론 다양한 고객 생활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만큼 시장 성장성이 크기 때문이다. EY한영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임원 중 61%는 앞으로 2년간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위해 집중 투자할 분야로 AI를 꼽았다.

현재 100조원 규모로 추산되는 AI 관련 산업이 10배 이상 커질 거란 예측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930억5300만달러(약 111조원)였던 전세계 AI 시장은 오는 2028년 9970억7700만달러(약 1192조원)로 전망됐다. 향후 6년간 연 평균 성장률은 약 4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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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경 2022-02-24 08:2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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