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카드사 수수료 '동결' 합의 전망
"대형가맹점만 협상권 있는 실정···불합리해"
[서울파이낸스 유은실 기자] 신용카드사와 마트·PG사 등 가맹점간 카드 수수료 분쟁이 '2라운드'에 돌입했다. 마트협회는 카드 수수료 인상에 반발해 가맹점 계약 해지라는 초강수를 지속·확대하고, PG사도 카드수수료 인상에 대해 이례적으로 큰 목소리를 내며 오는 4월 카드사와의 협상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일반가맹점도 '수수료 협상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백화점 등 대형가맹점의 경우 수수료 협상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반면 마트·PG사의 경우 협상 절차 없이 이유도 모른 채 수수료 인상안을 받아들여야 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올해는 마트협회가 이례적으로 가맹점 해지 카드까지 꺼낸 만큼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29일 사단법인 한국마트협회는 서울 광화문시민열린마당 앞에서 '카드수수료 협상권 쟁취 궐기대회'를 대규모로 열고 "일방적으로 카드수수료를 통보하는 카드사와 카드수수료 문제에 뒷짐을 지고 있는 금융위원회를 규탄한다"며 "적격비용 산정의 원가내역을 공개하고 일반가맹점에도 수수료 협상권을 부여하라"고 주장했다.
마트협회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200여명의 회원들이 참석했다. 참여단체는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전자지급결제(PG)협회 등이다.
마트협회는 특별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신한카드 가맹점 해지 운동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카드사의 일방적인 수수료 인상 통보가 불합리하다며 가장 높은 수수료 인상률을 제안한 신한카드에 대해 가맹점 해지 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과거 현대차 등 대형가맹점이 카드 수수료율 인상에 반발해 가맹점 해지를 결정한 적이 있지만, 마트 협회가 나서 카드사 가맹점 해지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협회 관계자는 "신한카드 가맹점 해지는 카드사가 협상 의지를 보일 때까지 이어갈 예정"이라며 "현재 협회에 가입한 마트 중 50% 정도가 가맹점 해지 운동에 참여 중이며 참여 가맹점은 계속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초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인상폭에 반발해 처음으로 시위를 진행한 전자지급결제(PG)협회도 이날 적격비용 산정 구조에 대해 비판하며 원가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토스페이먼츠, 나이스페이먼츠 등 PG사들로 구성된 PG협회는 내달 초 신한카드와 수수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예정이다.
'카드 수수료 분쟁'은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도입 후 항상 있어 왔던 문제다. 하지만 일반 가맹점에서 해지 카드까지 온 상황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올해 들어 수수료 결정 과정에서 '협상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반가맹점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일반가맹점들은 원가가 얼마인지도 모른채 카드사가 보낸 인상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일반가맹점도 분명 수수료의 관련 주체 중 하나인데, 일말의 조정이나 협상의 여지가 없었다는 의미다. 대형가맹점이 협상권을 갖고 카드사와 수수료율 테이블을 나오는 것과는 대조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춘호 마트협회 이사는 "대형가맹점 중 하나인 현대차·기아차가 카드사들과 수수료율 관련해 잠정 합의했는데, 카드사가 제안한 인상안을 취소하고 수수료율을 원상복귀하는 방향으로 협상이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며 "대형가맹점과는 협상을 진행하고, 개별로 파편화된 중소기업하고는 협상하지 않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국내 주요 카드사들은 대형가맹점과의 수수료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가맹점은 연 매출 500억원을 초과하는 자동차, 대형마트, 통신, 백화점 등의 가맹점이 포함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업체와 가맹점 카드수수료를 인상하지 않고 동결하는 쪽으로 잠정합의했다. 동결로 결정나면 현대차·기아차 등 완성차업체의 가맹점 카드수수료는 이전과 같은 1.8~2.0%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