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입 급증에 발목···상품수지 흑자폭 25.4억↓
"4월 '배당지급 달'···일시적 적자 가능성 배제 못 해"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23개월 연속 흑자 기록을 이어갔다. 다만 석유·원자재 등 수입 가격이 급등하면서 1년 전보다 상품수지 흑자 규모는 3분의 1가량 줄었다. 해외 배당지급이 집중돼 있는 오는 4월에는 일시적으로 경상수지가 적자를 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10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2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우리나라 경상수지는 67억3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지난 2020년 5월 이후 23개월 연속 흑자 기록이다. 다만 1년 전 75억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것과 비교해 흑자폭은 7억7000만달러 감소했다. 1분기 기준으로는 150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으며, 전년동월(223억4000만 달러) 대비 72억7000만달러 줄었다.
이는 견조한 수출 호조 흐름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여파로 국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 규모가 더욱 확대된 영향이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국제 원자재 수입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상품수지가 부진한 영향이 컸다"면서 "원자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로서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 외국인 투자기업의 배당지급 확대로 본원소득수지 흑자폭이 줄어든 점도 경상수지 흑자폭 축소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항목별로는 상품수지가 1년 전보다 25억4000만달러 줄어든 53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수출(645억1000만달러)은 글로벌 경기 회복 흐름에 따라 석유제품·반도체 등 주요 품목들이 호조를 보이며 전년동월대비 16.9% 뛰었다. 하지만 수입(592억달러)은 수출보다 오름폭(25.1%)이 더욱 컸다. 국제유가 등을 비롯한 원자재 수입액이 급증한 영향이다.
실제로 3월 통관 기준 원자재 수입은 1년 전보다 무려 52.3% 급증했다. 특히 △가스 163.8%(전년동월대비) △석탄 106.2% △원유 83.9% △석유제품 50.6% 등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서비스수지는 3억6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해 지난해 3월(-11억달러)과 비교해 흑자 전환했다. 수출화물운임이 높은 수준 지속함에 따라 운송수입(47억5000만달러)이 크게 증가하면서 운송수지가 15억5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한 영향이다. 다만 코로나 봉쇄 조치가 풀리면서 여행수지 적자 규모(-4억7000만달러)는 더욱 확대됐다.
본원소득수지는 11억5000만달러의 흑자를 기록했지만, 1년 전보다 1억4000만달러 흑자폭이 감소했다. 외국인투자법인의 배당지급이 늘면서 배당소득 흑자 규모가 4억7000만달러에서 3억9000만달러로 줄었기 때문이다.
한은은 향후 경상수지 추이에 대해 흑자 기조가 지속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황 국장은 "상품수지와 본원소득수지의 흑자폭이 줄었지만, 그간 적자 요인이었던 서비스수지가 3개분기 연속 흑자 기록을 보였다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앞으로 경상수지는 견조한 수출 흐름이 지속되면서 흑자 기조를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다만, 4월의 경우 일시적인 적자를 시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황 국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세계 주요국 경제 회복세 둔화, 글로벌 공급망 차질 등의 요인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4월 통관 수출입에서도 적자를 보인 데다, 12월 결산법인의 해외 배당 지급까지 겹치는 4월에는일시적으로 적자가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선박조정, 운임보험조정, 해외생산수출 등을 고려할 때 적자를 보인 통관수출입차와 상품수지 간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면서 "해외주식투자 잔액이 많아 본원소득수지에서 수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고, 높은 수출화물운임 단가에 따른 운송수지 개선세도 고려해야 한다. 지금 현재로서는 많은 상황들을 동시에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계정 순자산(자산-부채)은 지난 3월중 53억7000만달러가 확대됐다.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자산)가 91억1000만달러 증가했고, 외국인 국내투자(부채)는 28억4000만달러 늘었다. 내국인 해외투자의 경우 지난해 12월(120억6000만달러)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 해외투자가 65억8000만달러 증가한 데 반해, 외국인 국내투자는 22억7000만달러 줄었다.
황 국장은 "우크라이나 관련 사태 등의 영향으로 주식투자가 줄었다"면서 "채권의 경우 우리나라 대외신용도가 높고 경세 성장 흐름도 괜찮기 때문에 순매입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