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건 악화·투자 부진 속 민간소비發 회복세 지속
물가, 글로벌 인플레 영향···실질구매력 저하 우려
"재정 지출 필요성 낮아···금리 점진적 인상해야"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기존 3.0%에서 2.8%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 1분기 민간소비가 예상보다 부진했고, 원자재 수급 불안,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속화 등은 향후 회복세를 제약할 수 있는 변수로 꼽았다.
더욱이 물가상승률은 기존 전망에서 두 배 이상 높은 4.2%로 예상, 경기 침체 속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KDI는 18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지난해 11월(3.0%)보다 0.2%p 낮은 2.8%로 제시했다. KDI의 전망치는 △정부(3.1%) △한국은행(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 △아시아개발은행(ADB, 3.1%) 대비 낮았다. 최근 공개된 전망치인 국제통화기금(IMF, 2.5%)을 비롯해 3대 신용평가사인 피치·무디스(2.7%), 스탠더드앤드푸어스(2.5%)보다는 높은 전망이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성장률 하향 조정과 관련해 "지난해 11월 전망보다 1분기 민간소비가 안 좋았던 측면과 투자 위축 전망 등을 반영한 것"이라면서 "원자재가격 상승 지속 등으로 수입 물가가 오르고, 이는 국내경제 하방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민간소비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된 가운데 재정지원의 효과도 반영되면서 올해 서비스소비를 중심으로 반등한 후, 내년에도 견실한 회복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대로 설비투자는 조정 국면에 들어가고, 건설투자 역시 건설비용 상승 등의 영향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2차 추경의 경우 올해 성장률을 0.4%p 견인할 것으로 추산했다.
내년에는 민간소비의 견실한 회복세는 유지되겠지만, 대외여건 악화로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해 성장률이 2.3%로 올해보다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성장률 전망은 둔화한 데 반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는 급등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종전 1.7%에서 4.2%로 2.5%p 대폭 상향조정됐다.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 상승률 전망치는 1.7%에서 3.1%로 1.4%p 뛰었다. KDI가 예상한 물가상승률은 한은(3.1%), IMF(4.0%), 한국금융연구원(4.1%) 등 주요 기관 및 국제기구에서 발표한 수치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KDI는 "수요 회복과 함께 공급 측 물가 압력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면서 기대인플레이션이 상승하고 소비자물가와 근원물가의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2.0%)를 큰 폭으로 상회한다"면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원자재·곡물 가격이 급등했고, 미국은 높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함에 따라 기준금리 인상을 가속화하고 있다.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실질 구매력 저하와 시장금리 상승이 내수경기를 제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차 추경은 물가에 0.16%p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내년 물가 전망에 대해서는 올해 4.2% 전망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2.2%로 예상했다. 물가는 올해 2~3분기 내 정점을 찍고, 4분기부터 하락해 내년에는 2% 근방으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KDI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정책 방향에 대해 코로나19 위기 중 크게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폭과 국가채무 증가세를 점진적으로 정상화하는 데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KDI는 "코로나 방역조치에 따른 피해 보상은 불가피하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재정 지출은 재정 수입의 단기적 변동보다 지출 수요에 기반해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대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KDI는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 인상을 그대로 추종하기보다는 이를 포함한 대내외 경제 환경 변화가 국내 물가와 경기에 궁극적으로 미칠 영향을 고려해 통화정책을 수행해야 한다"면서 "국가 간 통화정책 기조 차에 따른 환율 변동은 대내외 불균형을 조정하고 대외 충격을 흡수하는 기제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대외부채보다 대외자산이 많은 순자산국으로서,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더라도 자본 유출 규모와 환율 변동폭은 과거에 비해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