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투명성' 등 역할 강화로 금감원 위상 제고 기대도
[서울파이낸스 남궁영진 기자] 취임 9개월 만에 물러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후임으로 검찰 출신 인물들이 급부상하면서 금융권 안팎에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향후 금융권에 대한 감독·검사 체계에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금융감독 업무 중립성 저해 우려와 금감원 위상 제고에 대한 기대가 교차한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 원장 후임자로 정연수 김앤장 변호사와 박은석 법무법인 린 변호사, 박순철 법률사무소 변호사 등이 거론된다. 정연수 변호사는 지난 2008년~2013년 금감원 부원장보를 역임했고, 박은석 변호사는 금감원에서 감찰실 국장과 자본시장 조사1국장을 맡았다. 박순철 변호사는 서울남부지검장 재직 당시인 지난 2020년 라임 펀드 사건을 지휘한 바 있다.
앞서 차기 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과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 이병래 한국공인회계사회 대외협력부회장 등 경제·금융 관료 출신은 존재감이 부쩍 약해진 모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검찰 출신 인사들이 유력 후보군으로 기운 모습"이라며 "금융위원장이 내정된 만큼 금감원장도 조만간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동안 금감원 수장으로 검찰 출신 인물이 올랐던 전례는 없다. 정통 관료나 학자가 대부분이었다. 차기 금감원장으로 검찰 출신들이 언급되면서 금융권 안팎에선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금융감독 업무 중립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와 금감원 위상이 오를 것이란 기대가 교차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하마평에 오른 3명의 검찰 출신 인물 중 2명은 현재 유명 로펌 변호사"라며 "이들은 금융사를 변호하고 법률 대리·자문을 하는 업무를 하고 있기에, 금감원 수장으로 앉는 건 어불성설에 가까워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금감원 출신 인물이긴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이해충돌 사안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들이 금융감독 업무에 밝은 금감원 출신인 데다 자본시장·금융 관련 수사를 전문으로 했던 경력을 보유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원장이 임명권을 가진 부원장보를 비롯, 금감원 내 인력이 검찰 출신으로 다수 채워질 수 있는 점은 분명 우려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 원장이 오르면서 금감원 위상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견해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물을 청와대 비서실과 법무부 등 주요 부서 고위직에 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검찰 출신 인사를 배치해 자본시장의 특별사법경찰 역할을 강화하고자 한다"며 "이는 공약으로 내걸었던 '자본시장 투명성 제고'와 부합하는데, 금감원의 위상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차기 금감원장으로 검찰 출신 인물이 오르내리면서 금융위와의 향후 관계를 점치는 목소리도 나온다"면서 "그동안 정통 관료나 학계 출신 금감원장을 맞았던 금융위로서는 검찰 출신 인사가 수장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은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