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사태, 중국 봉쇄 조치, 식량 불안 등 리스크 여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고, 생산에 대한 영향도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국내 산업 취약성을 고려할 때 충격 전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은 4일 발표한 'BOK이슈노트'에 실린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특징 및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서 "최근 중국 내 봉쇄조치가 완화되고 공장들이 재가동하면서 공급망 차질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됐다"면서도 "그러나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제로코로나 정책 유지, 글로벌 식량수급 불안 가능성 등으로 향후 공급 차질 전개상황은 불확실하다"고 말했다.
한은은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지난해 말 이후 다소 완화됐지만,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조치 등으로 공급망 압력이 다시 가중되면서 생산활동을 제약하는 것은 물론,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최근 글로벌 공급망 차질의 주요 특징으로 △비용압력 가중 △자동차 등 특정 산업 중심의 생산 차질 △교역구조에 따라 국가별 영향의 차별화 등을 꼽았다.
먼저 중국의 봉쇄조치가 일부 지역에 국한됐다는 점,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후 기업의 복원력 제고, 견조한 수요 등으로 생산에 대한 영향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지정학적 리스크 증대에 따른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 영향으로 산업 전반에서 비용 부담은 더욱 커졌다. 여기에 자동차 등 공급망 복잡성이 높거나 중간재 대체가능성이 낮은 산업을 중심으로 생산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전쟁 및 봉쇄지역과의 교역 구조, 중간재 자급률 차이 등에 따라 국가별로 공급망 차질 정도에도 차이가 벌어졌다. 실제로 유럽은 에너지·원자재의 러시아·중국 의존도가 높아 공급차질의 영향이 두드러진 데 반해, 에너지 순수출 국가인 미국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작게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최근의 글로벌 공급망 차질은 일부 생산을 제약하고, 산업 전반에 걸쳐 투입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자동차·건설·기계장비 등 일부 산업에서 부품·자재 수급 차질로 생산이 제약되는가 하면, 비용 측면에선 원자재·중간재 가격 상승세가 광범위하게 확대돼 대부분의 산업에서 비용부담이 가중됐다.
한은은 생산자물가의 공산품 가격 구성품목 중 5% 이상 상승한 품목 비중이 올해 들어 전체의 50%를 넘었고, 10% 이상 상승 품목도 40% 내외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생산자물가가 최근 견조한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차질까지 겹쳐 물가상방압력이 상당하가도 분석했다.
한은은 "앞으로의 공급차질 전개 상황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면서 "이런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물가 오름세가 심화하고, 생산에 대한 영향도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공급망 상황과 국내 산업의 취약성을 면밀히 점검해 충격에 사전 대비하는 한편, 향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도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