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소비자물가 2개월째 6%대 '고공행진'···10월 '고점' 찍나
[초점] 소비자물가 2개월째 6%대 '고공행진'···10월 '고점' 찍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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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6.3%↑···23년8개월來 '최고'
농축산물 1년 새 7%↑···외식물가는 30년 만에 '최고'
정부·한은, 10월 이후 "안정될 것"···대외변수 여전해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이용객이 물건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6%대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외환위기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정부와 한국은행은 오는 10월께 정점을 찍고 현재의 인플레이션 국면이 소강 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중국 재봉쇄 등의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언제든지 튀어오를 수 있고, 농산물 가격 역시 여름철 가격 변동이 크다. 국내에서도 여름 휴가철 및 추석 명절 등 수요측 상방리스크가 예상돼 당분간 물가가 진정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 2개월 연속 6%대 高물가···기름·외식·채소가격↑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2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는 108.74(2020= 100)를 기록해 전년동월대비 6.3% 상승했다. 이는 과거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또한 6월(6.0%)에 이어 2개월 연속 6%대 물가 오름세에 진입했다.

지난달 물가 급등을 견인한 건 석유류, 가공식품 등을 포함한 공업제품(8.9%)과 외식 등을 포함한 개인서비스(6.0%) 물가다. 기여도는 각각 3.11%p, 1.85%p로 지난달 물가상승의 80%를 차지했다. 특히 외식물가(8.4%) 오름폭은 지난 1992년 10월(8.8%) 이후 29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15.7% 올라 2010년 1월 조사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 곡물가 상승 등 재료비 인상, 방역조치 해제에 따른 외부활동 증가와 대면서비스 호조가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고유가 지속, 거리두기 해제, 전기·도시가스 요금 인상 등으로 물가상승압력이 상당폭 높아졌다"며 "물가 오름세가 확대되면서 기대인플레이션도 4%대 중후반 수준(4.7%)으로 상승했다. 당분간 6%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한다"고 평가했다.

◇ 유가 점진적 하락에 "10월 이후 물가 안정될 것"

다만 정부와 한은은 이처럼 높은 물가 오름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오는 10월부터는 고(高)물가 흐름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루 전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외요인에 추가적인 돌발 변수가 없는 한 9~10월이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같은 날 기재위 전체회의에서 "지난 번 금융통화위원회 당시 예측한대로 해외 요인이 큰 변동이 없을 경우 물가가 앞으로 2~3개월 간 6%를 넘어선 후 조금씩 안정된 모습을 보일 것"이라면서 "올해 물가 '피크아웃(정점을 찍고 하강)' 시점은 오는 10월로, 추 부총리와 같은 시기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제 수장들이 '10월 물가정점론'을 꺼내든 가장 큰 배경에는 국제유가의 하락세가 있다.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1일(현지시간) 전거래일보다 4.8% 급락하면서 배럴당 93.89달러까지 내려갔다. 지난 2월 25일 이후 6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도 지난 3월 정점을 찍고 3개월째 하락 추이를 보이고 있다.

어 심의관 역시 "물가의 높은 상승세는 국제유가 급등 등 대외적 요인에 기인한 측면이 많지만, 최근 들어 이런 대외적 불안 요인들이 조금 완화하는 조짐을 보인다"며 "지난해 8·9월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데 따른 '역(逆)기저효과'로 이달 물가 오름세는 그렇게 확대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대외변수 불확실성 여전해···정점 예단 말아야"

하지만 아직 10월 물가 정점론을 예단하기는 이르다. 그간 글로벌 경제를 흔들었던 매크로(거시경제) 이슈들이 장기화되면서 경기 충격 요인들도 다소 진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국제 정세에 따라 얼마든지 충격은 다시 나타날 수 있다.

국제유가의 경우 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의 가파른 금리인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2개월 연속 하락했으나, 지난달 들어 하락폭은 축소됐다. 특히 유럽 천연가스발(發) 공급불안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은 유가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로 대형 공급불안이 재점화한다면 유가 변동성은 재차 확대될 수 있다. 금융시장 내 움직임도 최근 자금 유출이 축소되고, 매수 심리를 회복하고 있다.

미국 대형 투자은행(IB)인 JP모건체이스는 지난달 러시아가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원유 공급을 줄인다면 국제유가가 배럴당 무려 380달러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를 내놓기도 했다.

농산물 가격도 안심할 수 없다. 소맥, 옥수수, 대두 가격은 지난 5~6월 큰 폭 하락했지만, 최근 농업기상여건이 악화되면서 시장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미국 중서부 고온건조 기후 및 유럽의 폭염은 곡물 작황에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국 평균 폭염일수가 6.5일(7월 27일 기준)에 달해 평년보다 폭염일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 향후 주요 식자재 물가상승압력을 높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대내에서도 고환율과 휴가철 및 추석 명절 등의 수요측 상승압력은 물론, 그간의 대외 물가상승압력이 국내 물가상승 요인으로 넘어와 소비자물가에 전이되는 연쇄작용이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대내외 불안 요인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며 "지금까지의 물가상승압력을 버텨냈던 부분들이 국내 소비자물가로 전이되는 단계에 돌입한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 에너지 가격으로 출발한 물가상승압력이 상호 연쇄 작용을 일으키며 올라가는 상황이 계속될 수 있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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