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12원 가까이 떨어지며 5거래일 만에 1290원대로 내려섰다. 약세 기조로 돌아선 글로벌 달러 흐름에 미국 비농업 고용지표 발표 전으로 경계 심리가 확대된 영향이다. 여기에 위험선호 심리 회복, 네고(달러 매도) 물량 출회 등도 환율의 하방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1310.1원)보다 11.8원 내린 달러당 1298.3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290원대로 내려선 것은 지난달 29일(1299.1원) 이후 5거래일 만이다. 이날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6.6원 내린 1303.5원으로 개장한 직후 일시적으로 1304원대까지 레벨을 높이기도 했으나, 오전 장중 빠르게 레벨을 낮추면서 1290원대까지 떨어졌다.
간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의 '매파'(통화긴축 선호)적인 발언이 있었지만, 외환시장은 보다 구체적인 경기지표에서 공급병목 완화, 물가 피크아웃 신호 등을 확인하면서 환율 레벨을 낮춘 것으로 보인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4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이 낮아지기 시작할 때까지 금리를 인상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의 정책금리가 내년 상반기까지 4%를 상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틀 전 연준 고위 인사들이 매파색을 강하게 드러낸 데 이어진 발언이었다.
하지만 최근 공개된 경제 지표들에서 그간의 글로벌 경제 충격요인들이 완화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확대됐다. 이에 글로벌 달러도 약세로 돌아섰다.
같은 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2.3% 떨어진 8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WTI 종가가 배럴당 90달러 밑으로 내려간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인 지난 2월10일 이후 처음이다. 여기에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7월 글로벌 공급망압력지수가 1.84를 기록해 18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하면서 인플레이션 둔화를 점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아울러 미국 주간 신규 실업수당청구건수도 26만건으로 예상치에 부합했으나, 연속 실업수당 청구수는 141만6000명을 기록해 예상치(138만5000명)를 큰 폭으로 상회했다. 간밤에 공개되는 비농업 고용지표 결과의 경계 심리가 커진 가운데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늘면서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가능성도 확대된 것이다.
이에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71%까지 내린 105.627을 기록했다. 미국 국채 금리를 대표하는 10년물 금리는 2.7% 밑으로 내리면서 장단기 금리차 역전이 심화됐다.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의 순매수 흐름이 지속된 영향도 있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3373억원을 순매수한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0.72% 상승한 2490.80에 마감했다. 코스닥 역시 외국인이 571억원 순매수하는데 힘입어 0.28% 상승한 831.64에 장을 마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고용지표 발표를 앞두고 경계 심리가 강해지면서 거래 자체가 얇아 변동성이 평소보다 더욱 크게 나타났다"면서 "소비자물가지수(CPI)의 급등세가 꺾일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연준의 매파적인 발언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제한됐다. 시장에선 고용지표가 예상 수준을 크게 벗어나는 충격이 있을지 정도를 파악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