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동기대비 예·적금 잔액 101조원 증가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를 맞아 은행 예·적금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주요 5대 은행에서 한 달 새 예·적금에 몰린 돈만 18조원에 육박했다. 주식, 가상화폐 등 투자시장이 불황에 빠지면서 안정적으로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예·적금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3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31일 기준 예금잔액은 729조8206억원으로 전월 말(712조4491억원)보다 17조3715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도 38조1167억원에서 38조7228억원으로 6061억원 늘었다. 예·적금 증가분을 모두 합하면 총 17조9776억원으로, 한 달 새 약 18조원의 뭉칫돈이 몰린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연 1~2%에 불과했던 은행 예·적금 금리가 최근 3~4% 수준까지 오르면서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것이다. 실제 예·적금의 경우 지난해 8월(667조3527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01조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일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구체적인 금리를 살펴보면 5대 은행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우대금리 포함)는 1년만기 기준 연 2.40~3.50%로 집계됐다. 정액적립식 적금의 금리는 1년만기 기준 연 2.95~5.50%를 기록했다. 자유적립식 적금의 금리는 같은 기준으로 연 3.20~4.80%다.
특히, 글로벌 경기침체와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시장 부진으로 위험자산 회피심리가 강해지면서 예·적금으로의 자금 유입이 가팔라지고 있다. 투자를 위한 유동자금인 요구불예금이 대거 빠져나간 데서 이같은 분석이 가능해진다. 투자처를 찾지 못한 대기성 자금이 대거 예·적금올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요구불예금 잔액은 659조6808억원으로 전월 대비 13조5793억원 감소했다. 요구불예금은 금리가 1%대 미만으로 낮지만 입금과 출금이 자유로운 예금이다. 언제든 돈을 넣고 뺄 수 있어 투자를 위한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된다.
은행 입장에선 금리가 낮아 마진을 많이 낼 수 있는 요구불예금이 대거 줄고 금리가 높은 예·적금에 자금이 늘고 있는 상황이라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더구나 가계대출마저 8개월째 역성장하고 있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은행으로선 자금조달 금리가 오르게 된다. 자금 조달을 위해 은행채를 발행할 수도 있지만 최근 채권금리가 연중 최고점을 기록하는 등 채권시장을 통한 재원 마련도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1일 은행채(무보증·AAA) 1년, 3년, 5년물 금리는 각각 3.816%, 4.331%, 4.397%로 모두 연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결국 조달비용이 늘어나 대출금리 상승세에 불을 지필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여러모로 조달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시장인데, 대출의 경우 몇개월째 줄고 있고 당국 압박도 있어서 금리를 그만큼 올릴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수익성 둔화는 불가피하고, 향후 긴축 기조가 좀 잠잠해지면 은행들도 수익을 높이기 위해 대출금리 인상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