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레 침체 위험 키울 것···직접적 가격 통제 필요"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국제연합(UN)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에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가파른 금리인상에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는 것은 물론, 개발도상국 등 저소득 국가에 더욱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엔 산하 기구인 무역개발회의(UNCTAD)는 이날 연례 보고서와 함께 발표한 성명에서 "미 연준 등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이 급격한 금리인상 등 과도한 긴축 정책을 지속할 경우 개발도상국에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UNCTAD는 연준의 기준금리가 1%p 올라가면 향후 3년간 다른 선진국의 국내총생산(GDP)을 0.5%가량 줄이고, 개도국 GDP는 0.8%가량 축소시킬 것으로 내다봤다. 또 올해 연준이 진행한 금리인상만으로도 개도국의 GDP는 향후 3년동안 3600억달러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연준의 긴축 기조가 아직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점에선 향후 그 충격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레베카 그린스판 UNCTAD 사무총장은 "현재의 (긴축) 조치는 가장 취약한 이들, 특히 개발도상국들에 피해를 주고 있으며 전 세계를 글로벌 침체로 몰아넣을 위험이 있다"며 "침체의 가장자리에서 물러날 시간은 아직 있다. 우리는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고 취약한 그룹을 지원할 도구를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지난 7월 이후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 행렬은 과거 1970년대 초반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큰 수준이라는 게 UNCTAD의 평가다.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은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제로'(0%) 수준에서 3~3.25%까지 인상했고, 올해 연말까지 4.4%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다.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 영국, 스위스, 노르웨이, 홍콩 등 세계 주요국들도 일제히 금리인상 속도전에 불을 붙이고 있고, 이에 따라 경기 침체 우려도 동시에 높아지고 있는 형국이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경기 침체 위기를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UNCTAD는 이같은 동시다발적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 완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 총책임자인 리처드 코줄라이트 팀장은 "세계 각국 중앙은행들이 수요 측면의 해법으로 공급 측면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고 있다"면서 "이는 매우 위험한 접근"이라고 꼬집었다.
UNCTAD는 에너지 및 식량 부족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 금리인상보다, 상한제 등 가격 급등을 직접 겨냥한 조치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특히 지난 7월 러시아·우크라이나의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 합의로 세계 곡물 가격을 1.4% 낮추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UNCTAD는 올해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2.5%로 내리고, 내년 성장률은 2.2%로 더욱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