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감세안發 채권시장 불안도 '현재 진행형'
아시아 리스크 전이 및 대내 펀더멘털 부진도
[서울파이낸스 박성준 기자] 이번 주(17~21일) 원·달러 환율은 미국발(發) 물가 충격 여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긴축 우려에 따른 '킹달러' 부담이 지속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상승 부담에 따른 신용 불안 확대, 대내적으로는 외환보유액, 무역적자 등의 펀더멘털 우려 등이 겹치면서 상황이 반전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17일 원·달러 환율은 오전 10시 기준 전거래일(1428.5원)보다 10.9원 높은 1439.4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환율은 뉴욕 역외 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의 갭업을 반영해 12.4원 높은 1440.9원으로 개장한뒤 1440원대 바로 밑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주 미국 9월 소비자물가(전년동월대비 8.2%)가 시장 예상치(8.1%)를 뚫어냈다. 물가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시장에선 이제는 정말 인플레이션이 내려가지 않겠냐는 기대가 커지면서 금융시장 내 충격은 제한적이었다. 극도의 변동성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증시에선 2~3%의 반등 장세도 보였다. 국내서도 한국은행의 '빅스텝'(0.5%p 금리인상) 및 당국 경계 심리 등에 1420원대까지 레벨을 낮추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이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고, 이미 미국 금리가 최대 5%까지 올라설 것이란 전망이 시장 내 반영된 상황에서 예상을 웃돈 물가는 큰 악재로 작용할 수준이 아니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아직까지는 과도하게 낙관하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은 이날 전 연고점 수준인 1440원대로 재차 올라섰으며, 이번 주 환율 역시 미국의 고강도 긴축에 따른 강달러 부담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15일(현지시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남은 11월과 12월 두 차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모두 0.75%p 정책금리를 인상하는 '자이언트스텝'을 선제적으로 밟을 수 있다고 전했다.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 이후 11월 자이언트스텝은 기정사실화했지만, 1월에도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이에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기준금리 예측 프로그램인 '페드워치 툴'에서는 미국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이 연준의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을 11월에는 99.4%, 12월에는 66.7%로 예상했다. 12월 금리 전망치(4.5~4.75%)는 11월 FOMC에서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뒤 재차 자이언트스텝에 나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10여명에 달하는 연준 고위 인사들의 발언이 대거 예정돼 있다. FOMC가 열리는 11월 2일 전으로 연준 인사들이 자유롭게 공개 발언에 나설 수 있는 시기인 만큼, 이들은 '피벗'(정책 전환) 가능성을 제한했던 지난 9월 FOMC 의사록과 같이 그간의 고강도 긴축 기조를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채권 시장 불안도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영란은행(BOE)은 지난주를 끝으로 긴급 시장 개입 조치인 채권 매입을 종료했다. 앞서 BOE는 지난달 말 리즈 트러스 총리 내각의 대규모 감세안 발표 직후 파운드화 급락, 국채 금리 급등과 같이 금융시장 내 불안이 커지자 긴급 국채 매입에 나선 바 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임시 레포(Repo) 기구를 내달까지 운영하지만,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4% 후반까지 올랐고, 파운드화 가치는 1.1달러를 밑돌았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도 재차 4%를 돌파하는 등 불안정한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곧 달러 강세를 부추기고, 환율 상승 부담 요인으로 작용한다.
달러당 150엔에 가까워진 엔·달러 환율의 추이 역시 단순히 일본에 대한 불안이 아닌,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리스크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중국에선 시진핑 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공산당 당대회가 진행 중인데, 제로코로나 정책에 따른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 심리는 더욱 증폭될 수 있다.
대내 펀더멘털의 부진도 원화 약세에 부담이다. 월간 대외 전망기관 및 신용평가사들은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과거와는 다르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외환보유액의 가파른 하향세 및 연간 누적 역대 최대 무역적자 등은 시장 내 불안감을 쉽게 잠재우기 어려워 보인다.
다만 주 중반 이후로는 글로벌 주요국들의 금리 상승 부담이 부각되면서 달러 강세폭을 제한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유로존 CPI 발표 및 중국 대출우대금리(LPR) 발표 등은 연준의 긴축 속도에는 미치지 못하겠으나, 일방적인 달러 강세를 제한할 재료로 꼽힌다. 특히 러시아 가스 공급 축소에 따른 공급 차질 우려 등을 고려하면 내주 예정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 1380~1440원
9월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선진국 기준)는 14개월째 하락 중이다. 이는 지난 2000년 이후 21개월 하락한 지난 2018년 2월~2019년 10월 이후 가장 길다. 최근 3개월 경기 둔화 속도를 보면 연말까지 경기선행지수는 기준선(100) 이하로 하락할 전망이다.
대내외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연내 분위기 반전도 쉽지 않다. 연내 연준의 추가 긴축이 유력하고, 유로존의 경우 겨울철 에너지 위기 역시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미국에 이어 한은 역시 빅스텝을 단행했으나, 금리인상 자체를 환율 레벨을 낮추기 위한 직접 개입으로는 보기 어렵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이 원화 가치를 결정 짓는 방향성 재료는 아닐 것이다.
지금은 원화 약세보다 달러 강세라는 점이 중요하다. 최근 주요 선진국 통화는 달러 대비 모두 약세를 시현했고, 세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달러인덱스)의 상승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글로벌 경기와 연동된 달러 강세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영국 국채시장 등 주요국 국채시장 불안, 즉 금리 급등 현상에 따른 신용리스크가 달러화 강세 압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아시아 금융시장 불안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달러당 150엔 수준에 바짝 다가선 엔·달러 환율도 단순히 일본에 대한 불안이 아닌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리스크로 확대 해석될 수 있다.
여기에 당 대회를 기점으로 중국 경제와 대한 불안심리가 더욱 증폭될 수 있음은 위안화의 추가 약세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본토 증시는 그나마 선방하고 있지만 홍콩 증시의 급락 분위기도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킬 수 있는 또 다른 요인이다.
원화 역시 추가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어 달러당 1450원 돌파 시도가 예상된다. 엔화 초약세 및 홍콩을 위시한 중화권 금융시장 불안이 원화 추가 약세 요인이며,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 역시 환율 추가 상승 요인이다. 북한 핵실험 임박설이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를 더욱 높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