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10월 한 달간 5대 은행에서 나간 기업대출이 9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금시장이 얼어붙으면서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은행 대출에 의존한 것으로 해석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지난 27일 기준 기업대출 잔액은 703조7512억원으로 지난달 말(694조8990억원)보다 8조8522억원 늘었다. 증가폭은 지난해 9월(23조9264억원) 이후 1년1개월 만에 가장 컸다.
이 중 대기업 대출이 9월 말 100조4823억원에서 이달 27일 106조3415억원으로 5조8592억원으로 늘었는데, 이는 전체 증가액(8조8522억원)의 66%를 차지하는 규모다. 대기업 대출 증가폭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8조949억원) 이후 2년7개월 만에 최대치다.
같은 기간 중소기업 대출은 2조9930억원(594조4167억원→597조4097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에서 불어난 기업대출만 67조8633억원으로, 아직 연말까지 두 달이나 남았지만 이미 지난해 전체 증가폭(60조2596억원)을 넘어섰다.
정부가 전방위적인 채권시장 안정화 조치를 쏟아내고 있지만, 시장 경색이 해소되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의 기업대출도 당분간 빠른 속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은행 기업대출 급증에 따른 부실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글로벌 경기 침체,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환경이 날로 악화되고 있어 한계기업이 급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서다.
앞서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간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기업 신용(빚)의 높은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외 경기 둔화, 대출금리 인상, 환율·원자재가격 상승 등 경영 여건이 나빠질 경우 기업 전반의 이자 상환 능력이 약해져 올해 한계기업 비중은 전년보다 상당폭 상승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