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CEO 교체기 앞두고 거세진 인사 외풍···'모피아'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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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회장, '중징계' 확정···연임 가도 '빨간불'
BNK금융 회장 조기퇴진···'낙하산' 가능성 열려
신한·우리·농협금융 임기만료···정부 의중 '복병'
(왼쪽부터) 임기만료를 앞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왼쪽부터) 임기만료를 앞둔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사진=각 사)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국내 금융회사 수장들의 연임 가도에 잇따라 빨간불이 켜지면서 윤석열 정부 들어 금융사 인사 외압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 굴지의 금융그룹 수장 인사가 다음달부터 내년 초까지 예정돼 있어 연말 몰아칠 인사태풍에 금융권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9일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으면서 연임이 불투명해졌다. 현행법상 문책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는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손 회장이 중징계를 받으면서 사상 최대 실적에 힘입어 내년 3월 연임에 도전하려던 계획도 비상이 걸렸다. 다만 손 회장이 이번 중징계에 불복해 징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행정법원이 이를 받아들인다면 연임이 아예 불가능하진 않다.

그러나 중징계 확정 직후인 지난 10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기자들과 만나 "당사자(손 회장)가 보다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중징계 취소소송 진행에 대한 손 회장의 부담이 커졌다.

임기만료를 앞둔 손 회장을 두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강해지면서 인사 외풍이 거세지고 있단 관측와 그룹 지배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위가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보겠단 기존 태도를 바꿔 징계안을 서둘러 확정한 것을 두고 수장 교체 작업에 돌입한 것 아니냔 의혹을 내놓고 있다.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병한 우리금융의 경우 여전히 두 라인이 핵심 요직을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가운데 수장교체에 대한 정부와의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히면서 내부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벌써부터 손 회장의 뒤를 이을 차기 회장으로 전직 고위급 관료와 전직 우리은행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이 번갈아가며 수장에 오르는 게 관례였다"며 "윤석열 정부 초기 금융사 기강을 잡으려는 이해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라 수습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귀띔했다.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사진=BNK금융)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 (사진=BNK금융)

◇금융권 곳곳에서 '외풍' 감지···커지는 '낙하산' 우려

인사 외풍은 다른 금융사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회장 조기퇴진 사태가 벌어진 BNK금융과 오는 15일 차기 행장이 결정되는 Sh수협은행 등이 대상이다.

앞서 김지완 BNK금융 회장은 자녀가 근무하는 회사에 특혜 지원을 몰아줬다는 의혹을 받아 지난 7일 조기 사임했다. 김 전 회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부산상고 동문으로 문재인 대통령 대선캠프에서 경제고문을 맡는 등 전 정부와 가까운 인물로 분류된다. 2017년부터 BNK금융을 맡아 한 차례 연임에 성공했지만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자녀 관련 특혜의혹이 제기된 후 금융감독원 조사까지 이어지자 결국 임기를 5개월여 남기고 사퇴했다. 

문제는 김 회장 사임과 동시에 BNK금융 이사회가 차기 회장을 계열사 대표 중에서만 선임할 수 있도록 하는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규정'을 일부 수정해 외부인사도 회장 후보에 올릴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다. BNK금융은 외풍을 막고자 내부에서 승계구도를 짤 수 있도록 지배구조 개선에 공을 들였지만 앞으로는 낙하산 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됐다.

차기 행장 선임이 늦어지고 있는 Sh수협은행의 경우 지난달 수협이 공적자금을 모두 상환했음에도 정부 입김에서 벗어나지 못한 모습이다. 수협은행장 선임을 위한 공모 절차가 두번 진행되는 과정에서 관(官) 출신 인사가 차기 행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어서다.

현재 수협은행장은 총 7명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수협은행은 지난달 25일까지 1차 공모에 지원한 5명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진행한 후 재공모를 진행했다. 1차 공모에 지원한 후보자는 김진균 현 행장과 강신숙 수협중앙회 금융담당 부대표, 권재철 전 수협은행 수석부행장, 김철환 전 수협은행 부행장, 최기의 KS신용정보 부회장 등 5명이었다. 이후 재공모에서 신현준 한국신용정보원장과 강철승 전 중앙대 교수가 지원했다.

현재 금융권 안팎에서는 재공모에서 출사표를 던진 신현준 신용정보원장을 유력한 행장 후보로 꼽고 있다. 신 원장은 관 출신으로 재정경제원, 금융위원회 등을 거쳤으며 2019년부터 신용정보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수협은행장을 선임하는 행장추천위원회(행추위)는 기획재정부 장관, 금융위원장, 해양수산부 장관이 각각 추천한 3명과 수협중앙회장이 추천한 2명 등 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정부측 인사가 다수 포함된 만큼 인사에서 정부 의중이 크게 반영될 수밖에 없다. 이에 지난 2020년 김진균 현 행장이 내부 출신으로는 처음 행장에 올랐을 때 은행 안팎에서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2년 만에 다시 외부 출신 선임 가능성이 커지면서 직원들의 동요도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내부적으로는 김진균 행장이 첫 내부출신으로 스타트를 끊었으니 이 기조를 쭉 이어가야 한다는 의견이 많지만 정부측 인사가 유력하게 거론되면서 직원들 상심이 큰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최대 실적' 금융지주는 '무풍'일까···신한·우리·NH '촉각'

애초 업권에서는 임기만료를 앞둔 현 금융지주 회장들의 연임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었다. 각 금융지주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내는 등 경영능력을 인정받은 데다 일부 사법 리스크도 어느 정도 털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징계가 급물살을 타면서 정부 의중이 금융사 인사에 복병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나온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의 임기가 다음달 31일로 가장 먼저 만료된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종료된다.

농협금융의 경우 그룹을 안정적으로 이끌어온 내부 출신 손 회장의 연임에 힘이 실리는 가운데 정부와의 가교 역할을 수행할 관 출신이 영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12년 농협금융이 출범한 후 내부 출신은 초대 신충식 회장과 손 회장 두명뿐이다. 직전 회장인 김광수 은행연합회장도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 등을 거친 관 출신이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은 연임 가능성이 가장 높게 점쳐진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그룹을 맡으면서 외형과 내실을 모두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매년 최대 실적을 경신한 데다 은행 채용비리와 관련해 지난 6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받으며 사법 리스크를 모두 해소하기도 했다. 재일교포, PEF 등 외국계 주주가 다수 포진해 있어 지배구조도 외풍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분석이다.

다만, 정권 교체 후 이뤄지는 사실상 첫 대형 금융그룹 인사란 점은 변수가 될 수 있는 대목이다. 아울러 금융지주 CEO 장기집권에 대한 정부 시각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 조 회장이 내년 3월 연임하게 되면 3연임에 성공하는 것으로, 신한금융을 총 9년간 이끌게 되는 것이다. 신한금융은 이날 정기 이사회를 열고 차기 회장 후보 선출을 위한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구성과 일정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종 후보는 늦어도 다음달 중순경 나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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