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4%대 금리, 간편한 대출 절차 '매력'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생계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의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금리인상 터널 속에서 조금이라도 싼 이자를 찾아 보험약관대출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기준 국내 생·손보사의 가계대출채권은 129조4782억원으로, 전년 동기(124조4134억원) 대비 4.07%(5조648억원) 늘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보험약관대출은 같은 기간 61조6086억원에서 65조7327억원으로 6.69%(4조1241억원) 증가했다.
보험약관대출은 자신이 낸 보험료를 담보로 다시 보험사에 돈을 빌리는 것으로, 계약자가 가입한 보험 해지환급금의 통상 50~95% 내에서 약관대출이 이뤄진다.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하는 만큼 별도의 심사를 거치지 않아도 비교적 수월하게 돈을 빌릴 수 있는 데다 경기가 어려울 때 주로 증가세가 나타나 '불황형 대출'로도 불린다.
지난해 말 65조원을 넘어선 보험사의 약관대출은 올해 3월 말 65조4618억원을 기록하는 등 증가세를 이어지고 있다. 이런 흐름이라면 하반기엔 66조원을 넘길 것이란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 3분기 가계신용(잠정)에서 보험 등 기타금융기관의 가계대출이 2분기 대비 2조8000억원 늘었는데, 보험사의 보험약관대출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약관대출 수요 확대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은행권의 대출 문턱이 높아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치솟은 금리로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자 보험사 약관대출로 눈을 돌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생·손보사들의 약관대출 평균금리는 금리연동형 기준 4%대로,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가 6~7% 수준이라는 점에서 금리 매력이 커진 상태다. 더욱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에도 포함되지 않아 추가로 돈을 빌리려는 이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결국 지난해 7월을 기점으로 DSR 규제가 강화된 데 따라 급전이 필요한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고금리 여파까지 더해지며 전체 보험사의 보험계약대출 규모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얘기다.
업계에선 보험약관대출 수요가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증가 추이를 모니터링 중이다. 보험료라는 담보가 있기 때문에 리스크는 적은 편이나, 취약차주들이 이자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보험을 해지할 경우엔 손해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심사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고, 금리도 낮은 편이라 약관대출이 늘고 있는 것 같다"며 "보험해지 흐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