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조용병'에 '진옥동·임영진' 양자구도···부회장직 신설
신한·우리·농협금융 등 국내 주요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들의 임기가 연이어 종료되면서 이들의 거취에 금융권이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경제침체, 코로나19 등 위기 상황에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내며 외형과 내실을 모두 다지는 등 경영성과만 놓고 보면 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다. 동시에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단행되는 대형 금융그룹 수장 인사란 점에서 '외풍'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벌써부터 관료출신 영입, 세대교체 등 수장 거취와 관련한 각종 '설(說)'이 난무하고 있다. 금융권 CEO 인사시즌을 앞두고 주요 이슈와 후계구도 '밑그림'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 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신한금융그룹을 이끌 차기 회장이 오는 8일 결정된다.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끌며 그룹을 리딩뱅크에 올려놓은 조용병 회장의 3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다. 탄탄한 지배구조와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매년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던 성과를 바탕으로 3연임에 청신호가 켜진 상황이지만 새 정부 출범과 맞물려 '인사외풍'이 감지되는 분위기는 최대 변수로 꼽힌다.
신한금융그룹은 오는 8일 사외이사 전원이 참석하는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열고 차기 회장 최종 후보를 추천할 계획이다. 현재 숏리스트(압축 후보군)에 오른 인물은 조용병(65) 신한금융 회장과 진옥동(61) 신한은행장, 임영진(62) 신한카드 사장 등 3인이다.
그룹 안팎에서는 조 회장의 3연임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탄탄한 경영실적이 이같은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어서다. 조 회장은 2017년부터 5년여간 그룹을 맡으면서 외형과 내실을 모두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재임기간 동안 그룹 순이익은 1.5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3분기까지 신한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조3154억원으로, 조 회장 취임 직전인 2016년 말 순이익(2조7748억원)과 비교하면 55.5% 증가한 규모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 BNPP카디프손해보험, 아시아신탁 등 비은행 금융사를 인수하며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면모를 갖추는 동시에 수익구조를 다각화하는 데도 성공했다.
조 회장의 발목을 잡던 채용비리 관련 사법리스크도 모두 털어냈다. 앞서 조 회장은 지난 6월 대법원에서 채용비리 관련 무죄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새 정부 들어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외부 움직임이 감지되는 가운데 재일교포, PEF 등 외국계 주주가 중심이 되는 신한의 그룹 지배구조가 상대적으로 외풍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조 회장의 연임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조 회장이 3연임에 성공하면 그룹을 총 9년간 이끌게 되는 것으로,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10년)과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10년), 윤종규 KB금융 회장(9년) 등에 이어 금융그룹 '장수 CEO'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에서 장기 집권 CEO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얘기가 돌면서 신한금융도 외풍에 휩쓸리는 것 아니냔 관측이 한동안 돌았다"면서도 "조 회장이 워낙 좋은 성과를 냈던 터라 그 모든 변수를 넘고 차기 회장 레이스에서 유리한 위치에 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회장의 3연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포스트 조용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로선 그룹 부회장직이 신설되고, 차기 회장 숏리스트에 오른 진옥동 신한은행장과 임영진 신한카드 사장이 영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진 행장은 4년간 신한은행을, 임 사장은 6년간 신한카드를 이끌면서 그룹 내 지위를 공고히 다졌다는 평가다.
핵심 계열사를 탄탄하게 이끌어온 두 인사를 부회장으로 기용한다면 안정과 혁신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묘수'가 될 수 있다. 그룹으로선 안정적인 후계구도를 구축하는 동시에 계열사 CEO에 대한 세대교체도 꾀할 수 있다. '리딩 뱅크' 라이벌인 KB금융도 윤종규 회장이 2020년 9월 3연임을 확정한 이후 부회장직을 신설했다.
진 행장과 임 사장은 입행 동기(1986년)로 모두 은행 경영지원그룹을 거치며 경영 전반을 맡아본 경험이 있다. 진 행장은 일본계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신한에서 대표적인 일본통으로 꼽히기도 한다. 임 사장 역시 일본 주주들과 탄탄한 연결고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진 행장과 임 사장이 각각 1961년생, 1960년생으로 3년 뒤엔 신한금융 정관에 따른 회장 선임 연령(만 67세 미만)에 가까워진다는 점은 변수다. 이번에 조 회장이 연임한다면 진 행장과 임 사장은 3년 뒤 회장직에 도전할 수 있는데, 그때 두 인사의 나이는 각각 만 64세, 65세다. 정관에 따라 임기 중 만 70세가 되면 퇴임해야 해 회장직을 길게 유지할 수 없다는 점이 그룹과 두 인사에 모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두 인사를 중심으로 한 후계구도 밑그림이 보다 복잡하게 그려질 수 있다는 관측이 일각에서 나오는 배경이다.
그럼에도 두 인사의 영전 가능성이 유력한 가운데, 차기 계열사 CEO 등 후속 인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연말 임기만료를 앞둔 신한 계열사 CEO는 진 행장과 임 사장을 포함해 성대규(55) 신한라이프 대표, 이영창(61) 신한투자증권 대표, 정운진(58) 신한캐피탈 대표, 김희송(56) 신한자산운용 대표, 배일규(59) 신한자산신탁 대표, 이희수(58) 신한저축은행 대표, 이동현(51) 신한벤처투자 대표, 배진수(58) 신한AI 대표 등 10명이다.
이 중 핵심 계열사인 신한은행의 수장 후보군으로는 전필환(57) 디지털전략그룹장·박성현(57) 기관그룹장·이영종(56) 퇴직연금그룹장 겸 신한라이프 부사장 부행장, 정운진(58) 신한캐피탈 사장 등 그룹 내 1964~1966년생들이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