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형 AI, CPU보다 GPU 효율적
인텔, GPU 조직개편···AMD, M&A 노려
[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세계 경기침체와 함께 그동안 특수 효과를 불러일으킨 코로나19 사태마저 점차 종료하는 상황으로 가자, 전 세계 PC 수요 감소로 인한 중앙처리장치(CPU) 출하량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CPU 업계 1·2위인 미국 인텔과 AMD가 또다른 성장 모멘텀을 위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챗GPT'로 인해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 그래픽처리장치(GPU)와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13일 시장조사업체 머큐리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세계 CPU 출하량은 3억74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약 34% 감소했다. 이같은 감소 폭은 30년 만에 최대치다.
타격이 제일 큰 곳은 여깃 CPU 세계 점유율 1위 인텔이다. 지난 2021년 점유율 76.7%에서 1년 사이 70.4%로 하락했다. 만약 올해 점유율이 더 떨어지게 된다면 60%대로 진입한다. 인텔은 지난해 4분기 7억달러(8849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다만 2위인 AMD의 CPU 점유율은 23.3%에서 29.6%로 상승했다.
심지어 올해 PC 출하량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없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PC 출하량이 지난해 16% 감소한 데 이어, 올해 6.8%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울한 시장 상황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인텔은 고위 경영진의 보수를 25% 가량 삭감하고, PC 출하량이 감소한 델 또한 최근 직원 5%인 6650명 감원을 결정하기도 했다.
이에 최근 인텔과 AMD는 GPU 시장 확대에 힘을 주고 있다. 현재는 엔비디아가 전 세계 GPU 시장의 80%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GPU에 관심이 큰 이유는 챗GPT의 영향이 크다. 최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챗GPT가 엔비디아의 A100 GPU를 활용해 문서 데이터를 학습했다. 대화형 AI는 방대한 영역을 학습해야 해, 순서대로 처리하는 CPU보다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병렬처리)을 할 수 있는 GPU가 더 효율적이다. 이에 따라 현재 AI 시장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것은 GPU에서 그래픽 기능을 뺀 GP-GPU다.
챗GPT의 인기가 커질수록 GPU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엔비디아가 독점적인 형태를 띄고 있지만, GPU 시장 2위인 AMD도 인수 합병 등을 통해 시장 판세를 키우고 있다. AMD은 GPU 라데온 시리즈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에는 최대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 업체인 자일링스를 인수했다. FPGA는 용도에 따라 설계를 바꾸는 반도체로 AI 연산과 데이터센터, 통신, 방위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쓰인다. 또 최근 세계 최초로 CPU와 GPU를 결합한 칩을 내놓기도 했다.
인텔은 최근 GPU 관련 사업부를 전면 개편, 엔비디아의 입지를 추격하기 위한 행보에 나섰다. 지난 2019년 말에 인텔은 이스라엘 AI 반도체 스타트업 하바나랩스를 인수한 이후 본격적으로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