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나민수 기자] 향후 1년 내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주택 전세 보증금 규모가 역대 최대치인 3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늘어나고, 조직적 전세사기가 드러나는 등 전세시장의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일 직방이 전세계약 기간을 2년으로 간주해 국토교통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전국 주택 전세거래 총액은 302조17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올해 하반기 계약이 만료되는 금액이 149조800억원, 내년 상반기 만료 예정 금액은 153조900억원이다. 이는 국토부가 2011년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한 이후 집계된 거래액으로는 최대치다.
주택 유형별로 보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2년 만기가 돌아오는 전세 총액은 아파트가 228조3800억원으로 전체의 75.6%를 차지했다. 연립다세대 33조4200억원(11.1%), 단독다가구 22조8100억원(7.5%), 오피스텔 17조5600억원(5.8%) 등으로 조사됐다.
아파트 외 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25% 수준이지만, 최근의 전세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아파트 외 주택에서 집중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직방은 지적했다.
시도별로 향후 1년간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 총액은 서울이 118조6800억원으로 가장 많고, 경기도 98조9300억원, 인천 15조8200억원으로 수도권에서만 233조4300억원(77.3%)이 집중됐다. 수도권을 제외하면 부산의 전세계약 만료 보증금 총액이 12조1700억원으로, 지방 중에서는 유일하게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상남도 7조7700억원, 울산 2조80억원으로 부울경 권역도 22조7500억원(7.5%) 규모의 보증금이 전세계약 만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충청권은 대전 6조32억원, 충남 5조56억원, 충북 4조21억원, 세종 2조75억원으로 전체 18조8400억원(6.2%)으로 추정된다.
향후 1년간 전세계약 만료가 예상되는 보증금 총액 상위 시군구는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강서구, 강동구로 조사됐다. 강남구는 13조21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송파구 11조6000억원, 서초 9조2500억원으로 조사됐다. 강서구 7조4700억원, 강동구 6조5500억원 규모의 보증금이 전세계약 만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인천은 성남시 분당구가 9조17억원으로 가장 많은 보증금의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성남시 분당구는 서울 강남 3구를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의 보증금이 전세계약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 다음으로 경기 화성시 6조55억원, 경기 남양주시 5조73억원, 경기 용인시 수지구 4조91억원, 경기 부천시 4조59억원 순이다.
지방은 전세계약만료 보증금 상위 지역이 충청권에 집중되어 있다.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보증금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은 대전 서구로 2조52억원이며, 그 다음으로 대구 수성구 2조38억원, 충남 천안시 서북구 2조22억원, 대전 유성구 2조11억원, 부산 해운대구 1조97억원 순이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300조원 규모의 전세보증금이 1년간 일시에 모두 반환되지는 않겠지만 전세보증금 거래 총액이 줄어들고, 전국 아파트 전셋값도 2년 전에 비해 13.5% 하락한 상황을 감안하면 전세보증금 미반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역대 최대 규모의 전세보증금 계약만료가 예상되는 만큼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살피는 등 대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