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업 신고 전년比 96% 급증···"미분양 증가·유동성 불안 지속"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최근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분양 시장 반등에도 건설업계는 악성 미분양 물량 증가, 유동성 불안이 이어져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한 달에만 부도를 맞은 건설사가 4곳인 데다 서울과 경기 지역 기반 건설사도 포함되면서 업계 전반에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기존에는 지방·중소형 건설사들의 부도가 대다수였으나 향후 수도권 기반의 건설사까지 줄도산 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다.
18일 국토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에 부도난 건설업체는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6곳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한 것으로, 6월 한 달 동안 4곳이나 경영 위기를 넘지 못하고 부도 사태를 맞았다.
특히 올 들어 5월까지만 해도 부도 업체 대부분이 지방 건설사였지만 6월 들어서는 부산과 경북의 종합건설업체와 함께 서울과 경기 전문건설업체 등 수도권 지역 업체도 포함됐다. 경영 위기 파고가 지방을 넘어 수도권으로까지 확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폐업 속도도 빨라졌다. 올 7월까지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모두 218건으로, 같은 기간(111건)보다 96.39% 늘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전년 동기(947건) 대비 22.28% 증가한 1158건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연간 종합·전문건설사 폐업 신고 건수(281건·1193건)를 봤을 때 올해 폐업 신고가 눈에 띄게 급증했단 점을 알 수 있다.
앞서 작년 말부터 올해 초 HN Inc(에이치엔아이엔씨·133위), 대우조선해양건설(83위), 대창기업(109위) 등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중견사들이 줄줄이 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위기감이 커진 가운데 지금과 같은 부도와 폐업 급증세는 업계 전반에 대한 우려로 확대될 수 있다. 올 7월에도 부산 동구에 위치한 대안건설이 금융결제원 당좌거래정지 처리된 바 있다.
최근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지만 업황 위기는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원자잿값 상승과 인건비 인상 등으로 인해 건설 분야 물가지수인 건설공사비지수(주거용 건물)는 지난 6월 151.41(잠정)로 전년 동월 147.51 대비 4p 가까이 올랐다. 2년 전인 2021년 4월 132.08 대비로는 20p 가까이 치솟았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전국 준공후 미분양 물량(지난 6월 기준)은 9399가구로, 2021년 4월(9440가구) 이후 2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공사비는 늘어난 반면 분양 이익은 줄어드는 셈이다.
자금 조달 여건도 녹록지 않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발표한 8월 주택사업자 자금조달지수는 74.6로, 전월(83.6) 대비 9p 하락했다. 연내 만기를 맞는 10대 건설사 회사채 물량은 1조원에 달하는데 최근 GS건설의 부실공사에 따른 전면 재시공 결정, 새마을금고발 PF 불안 등으로 만기 연장 우려도 나온다.
특히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NICE신용평가) 모두 건설업 하반기 사업환경을 '비우호적'으로, 등급 전망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점에서 향후 건설업계 유동성 위기가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신용등급이 하락하면 차입금, 회사채 이자 비용 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건설 업황의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유동성 관리를 비롯한 효율적인 경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지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부터 부동산경기 하락으로 인해 미분양 급증, 높은 수준의 원자재 가격 등이 지속돼 건설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면서 "경기 침체 상황에서는 유동성 관리가 기업 파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효율적인 자금조달을 포함한 경영 전략 마련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