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압박 속 당국 소통 관건···신사업 활로 열어야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차기 은행연합회장에 오른 조용병(66)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어깨가 어느 때보다 무거울 전망이다. 은행권을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종노릇', '갑질' 발언 등으로 고통분담 압박이 커지는 상황에서 당국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업계 목소리도 대변해야 하는 과제를 모두 성공시켜야 한다.
은행연합회는 16일 오전 중구 로얄호텔에서 제3차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회의와 이사회를 열고, 15대 은행연합회장 최종 후보로 조 전 회장을 추천했다.
회추위는 롱리스트(가나다순)에 오른 박진회(66) 전 한국씨티은행장, 손병환(61) 전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임영록(68) 전 KB금융지주 회장, 조용병(66) 전 신한금융지주 회장, 조준희(69) 전 IBK기업은행장 등 5인을 대상으로 자질, 능력 등을 심도 있게 논의한 뒤 조 전 회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선정하고,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이날 이사회에 참석한 회추위원은 김광수 현 은행연합회장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한국씨티·SC제일·KDB산업·IBK기업·광주·케이뱅크 등 11곳 은행장이다. 은행연합회는 오는 27일 사원총회를 열고 조 후보자의 회장 선출안을 공식 의결한다. 조 후보자는 다음달 1일부터 3년간 임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조 회장은 1984년 신한은행에 입행, 행원으로 시작해 신한은행장을 거쳐 신한금융 회장까지 올라, '은행원 신화'를 이룬 인물로 평가된다. 2017년부터 올해 3월까지 6년간 신한금융을 이끌면서 그룹을 리딩뱅크 반열에 올려놨다. 그룹을 이끌면서 보여준 강력한 리더십과 뛰어난 경영성과가 차기 은행연합회장으로 선임된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조 회장이 30여년간 은행에 몸담은 순수 민간 출신이란 점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은행연합회장은 민간 금융업권 가운데 금융당국과 가장 많은 소통이 요구되는 자리로, 전통적으로 '관료' 출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다. 그동안 역대 회장 14명 중 현 김광수 회장을 포함한 10명이 관료 출신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은행권에 대한 '이자장사' 비판 여론이 커진 데다 그동안 벌어들인 이익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상생금융' 요구가 거세지면서 업계를 잘 이해할 인물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조 전 회장의 경우 올해 초까지 신한금융을 이끌어온 만큼 당면 현안을 잘 파악하고 있을 것이란 시각도 반영됐을 것으로 보인다. 4대 금융지주 회장 출신이 은행연합회장에 선임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조 전 회장이 은행연합회장으로서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은행권과 당국 간 원활한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현재 은행업계는 정부와 국회, 여론의 전방위적인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면서 이자장사를 통해 수조원대 수익을 벌어들인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사회공헌에 인색했다는 비판이 커진 것이다.
상생금융 요구 압박이 거세지면서 은행들은 저마다 상생안을 마련하고 있다. 신한금융과 하나은행이 각각 1000억원대 상생안을 최근 발표했으며 다른 금융지주사들도 오는 20일 예정된 금융위원장과의 간담회를 앞두고 상생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당국과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은행들은 그동안의 사회공헌 노력과 앞으로의 계획을 잘 '어필'할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대외 불확실성 확대, 수익성 등 경영환경이 악화되는 가운데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활로도 모색해야 한다. 특히, 이자장사 비판이 날로 커지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이를 대체할 수 있는 비이자이익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데, 현재 각종 규제에 막혀 신사업 모색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금산분리 규제 완화, 비금융 사업 확대, 투자일임업 전면 허용 등이 현재 은행권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신사업 영위를 위해 규제·제도를 개선하려면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협조가 수반돼야 한다. 당국과의 꼬인 관계를 해소하는 동시에 협조까지 이끌어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앞두고 조 전 회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