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 삼성그룹 주요 금융계열사 대표들이 전원 교체된다.
삼성생명 새 수장으로는 홍원학(59) 삼성화재 사장이, 삼성화재는 이문화(56) 삼성생명 부사장이 승진해 이끌도록 하면서 나란히 대표이사가 교체됐지만, 두 대표 모두 사실상 친정으로 복귀한 셈이다. 삼성증권 사장으론 박종문(58) 현 삼성생명 자산운용부문 대표가 맡는다.
이번 인사에선 60세 이상 임원은 2선으로 물러나도록 하는 삼성 내 암묵적인 규칙인 이른바 '60세 룰'도 사실상 적용되지 않았다. 성과 능력주의에 기반해 미래 성장 기반 구축에 중점을 두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삼성 금융 계열사는 1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고, 사장단 교체 인사를 단행했다. 이 중 삼성생명 사장에는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공석이 된 삼성화재 사장으로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내정됐다.
삼성 금융 그룹의 맏형 격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CEO가 나란히 교체되는 파격 인사이면서도 안정 추구라는 의도가 담겼다는 평가다. 실제로 홍 내정자는 1990년 삼성생명 입사하며 '보험맨' 생활을 시작했다.
삼성생명에서 인사팀장‧전략영업본부장‧FC영업1본부장 등을 거쳤으며, 2020년 12월 삼성화재로 자리를 옮겨 자동차보험본부장 부사장을 지내다가 2021년 12월 삼성화재 대표로 취임했다. 이번 인사로 약 2년여 만에 친정에 복귀하는 셈이다.
삼성화재를 이끌 이 내정자도 1990년 삼성화재에 공채로 입사한 인물이다. 홍 내정자와 같은 해 삼성금융에 발을 들인 동기다. 이 내정자는 삼성화재에서 경영지원팀장 상무, CPC전략실장 전무, 전략영업본부장 전무, 일반보험본부장 전무·부사장 등 경력을 차곡히 쌓아왔다. 그는 1년 만에 삼성화재 수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됐다.
특히 두 내정자 모두 리더십과 사업 추진력 등 성과를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업계는 사장단 인사에 '성과 우선주의'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 인사팀장,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을 거치며 경청의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의 홍 내정자는 삼성화재 CEO 부임 후에는 안정적 사업 관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하기도 했다.
삼성화재는 올 3분기 지배기업주주지분 기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27% 증가한 1조6433억원을 기록하며 독주를 이어 갔다. 홍 대표 취임 전인 지난 2020년 당기순이익(7668억원)를 크게 웃도는 실적이다.
3분기까지 전체 누적 세전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25.8% 성장한 2조2204억원으로 집계됐다. 삼성 인사 전통인 '60세 룰'이 깨진 것도 이런 호실적을 이끈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홍 내정자는 1964년생으로 내년 60세를 바라보고 있다.
삼성생명 측은 그에 대해 "생·손보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널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견인하는 한편, 고객 신뢰 구축과 사회와의 상생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홍 대표의 뒤를 이어 삼성화재를 이끌 이 내정자는 삼성화재 경영지원팀장, 일반보험부문장 등 영업현장 및 스탭 부서를 다양하게 경험하며 경영리더로 자질을 갖췄다는 평가를 얻는다.
작년 말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으로 부임한 후엔 보험대리점(GA)시장 등 변화에 민감한 손보업 DNA를 이식하며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는 게 내부에서의 판단이다. 이 내정자는 삼성화재 CEO에 오른 후에도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고히 하고, 변화·혁신을 위한 조직문화 구축에 앞장설 방침이다.
박 내정자는 1990년 삼성생명으로 입사해 해외사업본부 담당임원 상무, 경영지원실 담당임원 상무를 거쳐 CPC전략실장과 금융경쟁력제고 태스크포스(TF) 전무, 자산운용부문 사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 내 '자산운용 전문가'로 꼽힌다. TF장 출신으로 미래 먹거리 창출과 시너지도 지원해왔다.
한편, 김대환(59) 현 삼성카드 사장은 유임됐고, 이번 인사로 전영묵(59) 삼성생명 사장과 장석훈(60) 삼성증권 사장은 퇴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