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본질적 경쟁력 강화가 이어지는 중', '더 넉넉해진 곳간', '양질의 성장 중'.
지난해 11월 삼성화재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후 증권사들 사이에서 쏟아진 보고서의 제목이다. 삼성화재의 호실적이 지속되자 증권사들은 대부분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면서 "자본 및 손익 안정성에서 업종 내 우위를 증명했다"는 후한 평가를 냈다.
실제로 삼성화재는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전년 대비 27% 증가한 1조6433억원을 기록, 역대급 실적을 거뒀다. 3분기 연결 기준 누적 세전이익은 2조2204억원으로 전년 대비 25.8% 늘었다.
세전이익 중 보험손익은 1조8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늘었으며, 같은 기간 투자손익은 3834억원으로 33.2% 급증했다. 장기보험의 경우 누적 보험손익 1조3004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견줘 27.4% 증가했다.
보험계약마진(CSM) 총량은 3분기 말 기준 13조2593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분기 말 대비로는 6045억원, 전년 말 대비로는 1조580억원이 확대된 수준이다.
업계는 삼성화재가 순이익 '2조 클럽'에 입성할지 주목하는 분위기다. 시장에서 바라보는 지난해 순이익 전망치는 1조9800억원대로, 4분기 순이익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 것이란 시각 속에서도 2조원에 달하는 역대 최대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
삼성화재가 실적에 날개를 달면서 최근 새로운 수장이 된 이문화(57) 대표의 어깨도 한층 무거워졌다는 평가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시장의 기대만큼 성장세를 유지해야 하는 데다 신성장동력 강화, 영업 효율성 개선도 함께 이뤄내야 해서다.
올해 경영환경도 녹록지 않은 가운데, IFRS17(새 국제회계기준) 시행 2년차를 맞아 CSM 확보 경쟁 등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경영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삼성화재는 지난달 임원추천위원회를 열고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을 새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으로 내정했다. 1967년생인 이 대표는 1990년 삼성화재에 공채 입사한 후 경영지원팀장, CPC전략실장, 일반보험본부장(부사장) 등을 지내며 30년이 넘는 기간 삼성화재에 몸담은 인물이다.
당시 삼성화재 측은 이 대표를 두고 "지난해 말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으로 부임한 후 변화에 민감한 손해보험업의 DNA를 이식하며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고히 하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조직문화를 구축할 것이란 기대감도 함께다.
삼성화재에서 영업현장은 물론 다양한 부서를 경험한 '삼성화재맨'인 만큼 이 대표는 본인의 강점을 살려 본격 경영에 돌입한 모습이다. 특히 삼성화재의 올해 경영 화두는 경쟁사들과 격차를 벌려 '초격차' 성장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삼성화재는 올해 조직개편을 통해 장기보험부문 산하에 헬스케어사업팀을, 자동차보험부문 산하에 모빌리티기술연구소와 특화보상팀을 새로 꾸렸다. 기민한 시장 대응을 통한 매출 확대, 영업효율 개선 등으로 'CSM 순증 극대화'를 꾀하겠다는 목표다.
이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 "대다수의 선진국이 높은 부채 비율과 고금리 부담으로 인해 경제성장률의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국내 경제 또한 저성장의 고착화와 불확실성으로 점철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초격차 삼성화재로 재탄생하기 위한 세부 실행과제로는 장기보험과 자동차보험, 일반보험, 자산운용 시장의 '퍼트스 무버(First Mover)'가 돼야 한다고 주문하며, "보험을 넘어 국내외 디지털 사업으로 영토를 확장할 것"이란 포부도 내비쳤다.
그의 포부처럼 변화·혁신을 이끌 것이란 기대감 속에 출범한 이문화號 삼성화재가 올해에도 성과를 창출해 '초격차'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업계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