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장려금 높이고 '단축근무·육아퇴직' 도입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은행권이 출생·육아 복지제도를 대폭 개선하면서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저출생 문제 해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출생장려금 규모를 대폭 상향하는 한편, 육아기간이 최대 5년까지 보장하는 제도도 새롭게 도입하는 추세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최근 노사 합의를 통해 자녀 1명당 최대 2000만원에 달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출생장려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기존에는 자녀 수에 따라 첫째 8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이후 300만원을 지급했지만 금액을 각각 1000만원, 1500만원, 2000만원으로 대폭 상향했다. 국민은행에 입사한 직원이 자녀 3명을 낳으면 총 4500만원의 출생장려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난임 의료비 지원도 강화한다. 본인 또는 배우자 난임 치료 시 현행 최대 500만원에서 100% 증가한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한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도 연장한다. 그동안 출산일로부터 90일 이내에서 10일 동안 휴가 사용이 가능했으나 이를 20일로 확대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요건도 '9세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경우에서 '12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6학년 이하 자녀'로 완화해 이용 가능 대상 범위를 넓히고 직원들의 육아 부담을 경감했다.
이 밖에 올해 1월부터는 최대 5년의 육아기간을 보장하는 '재채용 조건부 퇴직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육아휴직 기간(여직원 2년·남직원 1년6개월)을 모두 사용한 직원을 대상으로 퇴직 시 3년 후 재채용 기회를 제공한다. 재채용 시 시험, 면접 등 별도 채용 과정 없이 퇴직 전 직급으로 회복된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말부터 출산경조금을 높였다. 그동안 첫째 출산 시 100만원, 둘째 120만원, 셋째 150만원, 넷째 이후 200만원을 지급했는데 각각 120만원, 200만원, 300만원, 500만원으로 상향했다. 출산경조금뿐 아니라 결혼축의금도 100만원 제공하고 있다.
배우자 출산 휴가 기간은 10일, 태아검진 휴가도 월 1~4일 제공하고 있다. 난임 관련 복지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난임치료비로 최대 1000만원을 지원하는 한편, 육아휴직 외 별도로 1년 내 난임 휴직과 3일 이내 유급 난임 휴가도 제공한다. 자녀 1명에 대한 육아휴직 기간은 2년, 쌍둥이 출산 시 육아휴직 기간은 3년이다.
만 9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자녀(입양자 포함)를 둔 직원은 하루에 4시간만(12시~16시30분·휴게시간 30분 포함)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맘 편한, 4Hours'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근무시간은 부서장과 상의해 유연하게 조율할 수 있도록 했다.
하나은행도 이와 비슷한 육아기 단축근로 제도 '맘 투게더(M0m-Together)'를 시행하고 있다. 만 9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의 자녀를 양육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1년간 오후에 4시간만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급여는 50%를 지급한다.
출산경조금도 기존보다 상향해 첫째 100만원, 둘째 200만원, 셋째 300만원, 넷째 40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출산장려를 위한 제도 개선 논의를 위해 현재 '출산장려 TFT'도 구성한 상태다.
우리은행은 출산축하금으로 첫째 80만원, 둘째 100만원, 셋째 1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는 결혼지원금을 100만원에서 150만원으로 높였다. 육아휴직의 경우 임신했거나 만 9세 이하 또는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자녀를 둔 경우 2년 이내로 사용할 수 있다. 초등학교 1학년 입학 자녀가 있는 직원의 경우 3~5월 중 2개월간 10시 출근제를 이용할 수 있다.
올해부터는 육아퇴직제도도 운영한다. 3년 이상 근무한 정규직 직원 중 자녀의 나이가 만 7세 이하인 경우(장애인 자녀는 만 13세 이하까지) 육아퇴직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퇴사한 직원은 2년6개월 뒤 퇴직 전 직급으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
NH농협은행도 현재 자녀당 80만원의 출산장려금 지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출산 장려 차원에서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출생·육아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저출산 문제가 국가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 비롯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전년 0.78명 대비 0.06명 감소하며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로, 2022년 OECD 평균 합계출산율(1.49명)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관련해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재하면서 "오늘부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한다"며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때까지 범국가적 총력 대응체계를 가동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