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美 9월 금리 내리면 한은 화답할까···집값·환율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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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인하 가능성 100% 선반영 중···11·12월 연속 기대도↑
인하 기대 멀어지는 韓···부동산·가계부채 우려 확대 중
물가에서 금융안정으로···"긴축 유지 기간의 연장 고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7월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사실상 9월 금리인하를 시사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물가만 놓고 보면 금리인하 조건이 충족됐지만, 시장의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금통위의 시선이 물가에서 금융안정으로 이동한 점을 지적하며, 한은의 금리인하가 사실상 10월 이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일(현지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가 마무리된 가운데, 연준이 기준금리를 기존 5.25~5.5%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9월 이후 8회 연속 동결이다.

이번 FOMC에서 주목할 부분은 금리인하 가능성이다. 이날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번 FOMC에서 금리인하 논의가 있었음을 시인했고, 현재까지의 물가와 경기지표가 예상경로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특히 파월 의장은 "이르면 9월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할 수 있다"고 직접적으로 언급, 금리인하가 머지않았음을 시사했다. 현재 선물시장에 반영된 9월 인하 가능성은 100%이며, 11·12월 연속 인하 가능성도 63.9%에 달하는 등 통화완화 기대감이 커진 상태다.

이 같은 연준의 피봇(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물가에 대한 진전이 확인된 반면,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공개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소비자 및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가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며, 물가 관점에서 금리인하의 필요조건이 상당 부분 충족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반면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우려는 더욱 커졌다.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 전원이 서울 중심의 한 부동산 가격 상승세가 전체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킬 수 있으며, 이는 가계부채 상승세를 견인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었다. 특히 주거비 상승으로 안정세를 보인 물가가 반등하거나 가계소비가 제약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외환시장에 대한 우려도 언급됐다.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1300원 후반에서 등락하고 있는 원화 레벨과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근거로 원화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일 FOMC 직후 원·달러 환율은 1360원대까지 하락하며 안정화되고 있지만, 섣불리 금리를 인하할 경우 환율을 재반등시킬 수 있는 만큼 금리인하에 보다 신중할 것으로 보여진다.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 기대가 다소 앞섰다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고채 3년물 금리가 3%를 하회하는 등 시장은 이미 3차례 인하를 반영한 분위기"라며 "단기적 관점에서 보면 금리하락이 다소 과한 측면이 있다. 현재보다 금리 하락이 더 진행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7월 금통위 당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원 대부분이 시장에 형성된 금리 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데 동의했다"며 "특히 금리인하 기대가 선반영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시장에선 금통위가 현재의 긴축기조를 좀 더 유지할 가능성이 높으며, 연준보다 빠른 8월 금리인하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리인하 시점은 최소 연준의 금리인하가 확인된 이후인 10월 이후가 될 것이며, 연내 인하 횟수도 1회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의사록에서 나타나듯 긴축 명분이 물가안정에서 금융안정으로 바뀌었으며, 현재 부동산 시장 과열과 외환시장 불안을 막을 가장 쉬운 방법은 긴축 유지 기간의 연장"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8월 금통위에서 만장일치 동결이 유력하며, 회의 내용도 결코 온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1월 첫 인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과 환율 시장에 대한 금통위의 우려가 큰 가운데, 7월 금통위와 비교하면 부진한 2분기 성장을 확인한 것 이외에 금리인하 여건은 더 안 좋아졌다"며 "8월 만장일치 동결 가능성은 시장 예상보다 높다. 한은이 인위적으로 시장 금리를 끌어올릴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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