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국내 증시의 급락 현상에 대해서는 과거 위기 상황과 비교했을 때 실물경제, 환율 등 펀더멘털 문제가 아닌 심리적인 성향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금감원장은 8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엔캐리 트레이드에 따른 자금 흐름 등을 자세히 분석하고 있고, 주요 투자은행(IB)과 긴밀히 소통해 점검하고 있다"며 "글로벌 증시 변동성 확대 과정에서 국내 시장의 취약점이 발견된 만큼 금융투자소득세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측면의 접근들을 속도감 있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폭락 사태에 비춰보면 50일 전후에 걸쳐 하락 전 주가 수준에 도달했다"며 "투자자들이 좀 더 이성적·합리적으로 상황을 보는 것이 자신의 자산보호 측면을 위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지난 5일 미국 주간거래에 투자물량이 몰리며 미국 현지 대체거래소(ATS)인 블루오션에서 오후 2시45분 이후 체결된 거래에 대해 일방적인 거래취소가 통보된 건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단계라고 답했다. 이날 블루오션을 통해 미국 주간거래를 중개한 국내 증권사는 19개사로 취소된 거래금액은 약 9만계좌, 투자자 계좌로 환원된 금액이 총 63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된 바 있다.
이 원장은 "돈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지만 취득 가능한 이익을 취하지 못해 손실이 발생했을 수도 있기 때문에 손익발생 여부는 따져봐야 한다"며 "투자자 개인의 자율적 의사결정이 침해된 것 자체만으로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보고 원인관계를 좀 더 밝힌 후 중개사 등의 책임이 있다면 자율적 조정 등 해결법을 찾겠다"고 밝혔다.
최근 시장의 반발을 사고 있는 된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증권신고서 내용이 미흡할 경우 정정 요구를 계속 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는 "두산 지배구조 개편 건과 관련해 정정신고서 제출을 받았다"며 "최초 증권신고서 제출 시에 부족하다고 느꼈던 구조개편의 효과, 의사결정 과정, 그로 인한 위험성 등 주주들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히 기재돼 있는지를 보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산하에 있는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식교환비율은 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0.63주로 교환된다. 시장에서는 저평가 된 재무건전성이 튼실한 두산밥캣과 적자기업인 두산로보틱스의 합병에 대해 반발하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은 두산로보틱스가 제출한 합병 관련 증권신고서가 '투자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을 저해하거나 투자자에게 중대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경우'에 해당된다고 판단해 정정신고서를 요구한 바 있다. 이에 두산 측은 전날 신고서를 수정해 제출했다.
이 원장은 "아직 검토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단정적으로 이야기하긴 어렵지만,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경영진과 대주주들이 주주이익을 고려하고 있다는 관행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거래소 중심으로 진행되는 밸류업 자율 공시의 필요성에 대해 기업이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CEO, 대주주 차원에서 주주 소통을 좀 더 원활하게 해주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 원장은 "정부당국 내에서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다양한 제도를 검토하고 있으며, 정부당국이 선의를 갖고 있는 의지를 믿고 논의에 참여해주길 바란다"며 "소액주주 보호 실패 사례 내지는 실패 사례를 오인받을 수 있는 일들이 반복된다면 정부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들도 경각심을 갖고 주주보호, 주주 소통에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