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재무건전성과 수익성 '발목'···"6000억원 수혈해야"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MG손해보험의 새로운 주인으로 메리츠금융이 부상한 가운데 업권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른바 '몸집불리기'를 통한 시장경쟁력 강화에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악화된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특히 고용승계 관련 노조 측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점도 부담요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예금보험공사가 MG손해보험의 잠재 인수후보들에 이달 말까지 수의계약 참여의사를 밝히라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진행된 4차 재입찰에는 사모펀드인 데일리파트너스와 JC파트너스, 그리고 깜짝 등판한 메리츠금융이 참여한 바 있다. 현재 업권에선 인수비용 외에도 막대한 정상화 비용 등을 감안, 메리츠금융를 유력한 인수자로 점치고 있다.
◇몸집불리기 통한 성장···인수시 자산 44조 돌파
보험업권에선 메리츠화재의 MG손보 인수에 대해 장단점이 뚜렷하다고 평가한다. 먼저 거론되는 장점은 자산 확대를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메리츠화재는 최근 몇 년새 공격적인 자산 확대를 통해 급격한 성장세를 보여왔다. 실제 최근 4년간(2019~2023년) 기존 빅4 손보사(삼성·DB·현대해상·KB)의 총자산은 209조원에서 214조원대로 약 2% 성장에 그친 반면, 메리츠화재는 자산규모를 25조1815억원에서 39조4039억원으로 71%나 성장시켰다.
그 결과 메리츠화재의 연간순익은 2019년 2704억원에서 지난해 1조5670억원으로 4년새 479.4%나 급증, 별도 기준으로 DB손보를 제치고 손보사 2위에 등극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같은 맥락에서 인수 통한 자산규모 확대라는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6월 말 기준 메리츠화재의 자산규모는 40조5798억원으로, 자산 4조14억원의 MG손보를 인수시 단순계산상 자산규모가 44조6000억원에 육박하게 된다. 업권 3위인 현대해상(44조9121억원, 6월 말)과의 격차도 4000억원 안쪽까지 좁혀진다.
특히 상반기 MG손보는 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순익 규모는 적지만, 2020년(-1006억원) 이후 4년 넘게 지속된 적자행진이 끝난 점과, 추후 메리츠화재의 자본력과 경영노하우가 투입될 경우 개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인수 여지가 충분하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이래 장기수익성의 핵심 지표인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에도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
지난해 말 MG손해보험의 CSM은 6774억원으로 집계됐다. 상반기 말 메리츠화재의 CSM 잔액(10조6642억원)을 고려하면, 단순계산으로 CSM 잔액이 11조3000억원대로 늘어난다. 업권 2위인 DB손보(12조9445억원)와의 격차도 1조6000억원대까지 좁혀진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올해 상반기에만 신계약비(보험취득현금흐름)로 전년 동기 대비 20.6% 증가한 9183억원을 투입했다. 그럼에도 상반기 신계약 CSM은 7142억원으로 같은 기간 11.8%나 감소한 바 있다.
포화된 시장환경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이 경우 MG손보의 인수를 통해 CSM 잔액을 확보하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평가다.
◇낮은 재무건전성·수익성 발목···노조 반발도 거세
MG손보 인수에 대한 단점도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낮은 재무건전성이 꼽힌다. 1분기 말 MG손보의 경과조치 적용 후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비율)은 52.12%로, 작년 말(76.94%)과 비교해 24.82%포인트(p)나 급감했다. 나아가 경과조치를 해제할 경우 킥스비율은 42.71%까지 급락한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제때 지급할 수 있는지를 나타낸 지표다. 해당 비율이 100%를 하회시 자본으로 손실액을 충당할 수 없는 상태임을 뜻한다. 이 때문에 보험업법상 지급여력비율의 최소 기준을 100%로 규정하고 있으며, 금융당국은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1분기 기준 MG손보의 지급여력기준금액(경과조치 후 기준)은 7752억원이며, 지급여력금액은 4040억원에 불과하다. 킥스비율을 권고치까지 끌어올리기 위해선 단순계산으로 7588억원이 필요하며, 예상 매각가인 2000억~3000억원을 합하면 1조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예보 측이 언급한 3000억~4000억원대 공적자금 지원을 감안하면, 자금수혈 규모는 6000억원 안팎이 될 전망이다.
노조의 반발 역시 우려요소다. 지난 4차 매각시도 당시 예보 측은 주식 매각(M&A)외에도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의 이전(P&A) 방식을 제시한 바 있다.
P&A 방식은 M&A와 달리 대상기업의 우량한 자산과 부채를 선별적으로 인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차별점을 지닌다. 부실자산 등을 배제할 수 있어 정상화 자금을 줄일 수 있으며, 직원을 고용할 의무가 없다는 점도 인수 측에 이점으로 작용한다.
특히 메리츠화재는 지난 6월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선제적 희망퇴직을 단행한 바 있는 만큼, 인수 과정에서 고용승계를 하지 않거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할 것이란 전망이 커진 상태다.
이 때문에 MG손보 노조 측은 지난 10일 메리츠화재 본사 앞에서 '메리츠 수의계약 결사반대 조합원 결의대회'를 열고 "직원의 고용승계 없이 고객 데이터베이스, 우량자산, 공적자금의 '먹고 도망가기'는 MG손보의 임직원 입장에서는 완전한 청산과 다를 바 없다"며 메리츠금융의 인수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노조 측이 정치권과 접촉해 매각 이슈를 공론화하려는 움직임까지 포착되면서, 고용승계가 전제된 M&A 가능성도 부상하고 있는 상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이점은 있다. 다만 자산규모가 크지 않은 가운데, 수반되는 리스크가 큰 편이라 인수효과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메리츠화재와 MG손보 모두 장기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 장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며 "사업구조가 비슷한 만큼 통합 작업에는 속도가 날 수 있지만, 자동차보험 부문의 확충과 같은 시너지적 측면에서 부족한 면이 있을 수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