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국내 게임업계가 내달 초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형 게임사로 분류되는 '3N2K(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내 희비가 또 다시 엇갈릴 전망이다.
넥슨과 크래프톤의 견조한 성장과 엔씨소프트, 넷마블, 카카오게임즈의 부진이 지속되며 업계 균형이 'NK(넥슨, 크래프톤)'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성장세 이어가는 넥슨·크래프톤···현지화 성과 '톡톡'=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올해 3분기 2533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전년 동기 1893억원 대비 약 33.8% 증가한 수치로, 대표 IP인 'PUBG: 배틀그라운드' 내 람보르기니 차량 콜라보 및 글로벌 모바일 매출 성장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된다.
3분기 매출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약 43.6% 늘어난 6467억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특히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의 중국 서비스인 '화평정영'과 인도 서비스 'BGMI' 등이 현지에서 인기를 이어가며 모바일 매출이 같은 기간 약 40.1%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전분기 인센티브 지급에 따른 기저가 높았음에도 PUBG 글로벌, 화평정영, BGMI 모두 높은 효율을 보였다"며 "전년 대비 높아진 트래픽을 바탕으로 콘텐츠 업데이트와 콜라보 효과가 두드러지며 매출 고성장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넥슨의 경우 지난 5월 중국에 출시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하 던파 모바일)'이 흥행가도를 달리며 3분기 실적에 청신호를 키우고 있다. 글로벌 앱 마켓 분석업체 센서타워에 따르면 던파 모바일의 글로벌 누적 매출은 지난달 기준 약 10억 달러(1조3000억원)로, 전체 매출의 82%가 중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나타났다.
넥슨게임즈가 지난 7월 출시한 '퍼스트 디센던트' 역시 약 2240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각 신작 성과가 반영될 경우 국내 게임사 최초로 올해 연간 매출 4조원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한다.
◆힘빠지는 넷마블, 허우적대는 엔씨·카겜···신작 부진 영향= 이처럼 넥슨과 크래프톤이 글로벌 진출 및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4분기 영업익 흑자에 성공한 넷마블 역시 올해 3분기 약 663억원의 영업익을 기록하며 흑자 랠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다만 3분기 유의미한 신작이 없고, '나 혼자만 레벨업: 어라이즈(이하 나혼렙)', '레이븐2', '아스달 연대기: 세개의 세력' 등 2분기 출시작의 하향 안정화가 진행되며 전분기 대비로는 영업익이 약 40.3% 감소할 전망이다.
반면 엔씨소프트와 카카오게임즈는 3분기 다소 부진한 성적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엔씨소프트는 약 86억원의 3분기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전년 대비 약 90%에 가까운 하락세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준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해도 절반 이상 하락한 수치다. 3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전년 대비 7.3% 감소한 3922억원이다.
이지은 대신증권 연구원은 "리니지2M, W의 지속적인 매출 하향과 호연의 흥행 부진과 함께 신작 출시 및 기존 게임의 업데이트 관련 마케팅 비용이 전분기 대비 크게 증가하며 영업익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9월 말 얼리액세스(앞서 해보기) 판매를 시작한 '쓰론 앤 리버티(TL)'의 예상 외 성과를 보이고 있지만 내년도 실적까지 견인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같은 기간 약 12억원의 영업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 역시 영업익이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떨어진 지난해 3분기보다 약 94.7% 줄어든 것이다. 예상 매출액은 전년 대비 17.2% 감소한 2919억원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3분기 RTS(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신작 '스톰게이트'를 선보였으나 장기간 호응을 얻어내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 '3N'아닌 'NK'···업계 구도 재편 이뤄지나= 증권가가 엔씨와 카카오게임즈의 3분기 영업익을 일제히 100억원 밑으로 전망하며 과거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이 주도하던 국내 게임업계의 구도가 재편돼 굳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엔씨소프트의 경우 지난 2022년 1분기만 해도 2000억원 대를 기록한 영업익이 매년 감소, 지난해에는 연간 영업익이 1000억원대를 간신히 넘겼으며 올해는 1000억원 대를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지난해 연간 영업익이 전년 대비 절반 이상 감소한 후 마땅한 반등 기회를 찾지 못하고 있으며, 넷마블의 경우 올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나 내년도 성과는 불분명한 상황이다.
증권가는 장기간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게임사들이 반등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작 및 글로벌 성과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넷마블은 2분기 신작 '나혼렙'이 출시 후 폭발적인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9월 첫 대규모 업데이트 이후 하락세를 반등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2025년까지 다수의 신작이 예정돼 있으나 결국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의 높은 성과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강하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3분기 카카오게임즈의 적자(-97억원)를 예상하며 "내수 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신작 출시 성과가 크게 저하됐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글로벌 마케팅 역량 확대를 꾀하는 중이지만,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대만 성과를 제외하면 유의미한 성공이 없었던 만큼 회사의 증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