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1년 만에 수석부회장으로 승진했다.
'범 현대가' 3세의 초고속 승진 소식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30여 년간 경영 전문인 체제를 이어온 HD현대가 오너 경영 체제로의 전환을 본격화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HD현대는 지난 14일 정기선 수석부회장을 비롯한 6명의 사장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회사 측은 이번 인사를 통해 정기선 부회장이 그룹의 주요 핵심 과제들을 직접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조선 산업은 국내 업계가 현재까지는 기술력 측면에서 주도하고 있지만 중국 조선업계가 쫓아오며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자 그룹은 일원화된 리더십으로 초격차 기술을 개발하며, 불황에도 견딜 수 있는 체력을 비축해야 된다고 판단했다.
또 미국 대선 이후 변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롯한 국제 정세 불안정 등 경영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발굴, 친환경 및 디지털 기술 혁신, 새로운 기업문화 확산 등을 더욱 주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이다. 2009년 현대중공업에 대리로 입사했지만 이후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2013년 현대중공업의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으로 재입사한 그는 기획실 부실장, 선박해양 영업본부 대표, 경영지원실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등을 맡았다.
지난해 11월 그룹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정 수석부회장은 불과 1년 만에 수석 부회장으로 임명됐다. 이번 자리는 회장직에 오르기 전 마지막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되는 시험대로 작용될 수 있다.
정 수석부회장은 주요 보직을 거치며 이미 우수한 경영 능력을 입증했다고 평가된다. HD한국조선해양을 이끌며 흑자 경영을 이어갔으며 2020년 현대중공업지주가 유가 하락, 글로벌 시황 악화 등으로 휘청했을 때 실적 기여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된다.
전문경영인인 권오갑 회장이 현재 HD현대를 이끌고 있지만 임기가 2026년 3월 종료된다. 이에 맞춰 정 수석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경영권 승계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까지 정 수석부회장이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472억원(지분율 6.12%)다. 그룹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이 HD현대그룹의 지분을 26.60% 보유하고 있기에, 정 부회장이 정 이사장의 지분을 물려받아 회장직에 오르는 상황이 가장 유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