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개선···전문가 "방향성은 긍정, 실효성은 글쎄"
부동산PF 개선···전문가 "방향성은 긍정, 실효성은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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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8년까지 자기자본 비율 20% 올린다···"방향성은 긍정적"
"경기 침체 속 영세시행사 솎아내기···현실성 떨어지는 정책"
"경제 순환 무리 없도록 단계별 추진···관련 입법도 추진해야"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공사 현장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 한 공사 현장 (사진=오세정 기자)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제도 개선 방안'을 두고 업계 안팎에서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제대로 짚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건설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 상황에서 실효성이 떨어지는 만큼 현실적인 보완책이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한건설협회와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부동산개발협회는 부동산 PF 사업의 자기자본 비율을 오는 2028년 2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한 '부동산 PF 제도 개선 방안'에 대해 일제히 환영 입장을 밝혔다.

이번 정부 PF 대책의 핵심은 △리츠를 통한 토지주의 현물출자 유도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위험가중치와 충당금 차등화 △용적률 상향 등 리스크 관리 및 인센티브를 통한 PF 시장의 자기자본 책임 구조 전환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PF 사업의 자본 확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들은 "건설·시행업계는 이번 정부 대책이 부동산 PF 사업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을 통해 경제위기마다 반복되던 고질적인 한국형 부동산 PF 위기를 해소하고, 국내 PF 사업 선진화의 기틀이 마련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국내 부동산 PF의 자기자본 비율이 3%대에 불과해 건설사, 신탁사 등 제3자 신용공여에 의존해 부동산 시장 변동에 취약했던 점을 지적하며, 부동산 PF 사업의 구조 개선을 통해 부동산 PF 시장 선진화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도 "건설업계 지급보증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 "기존에 사업성을 바탕으로 평가돼야 할 사업들이 시공사 지급보증으로 추진되던 방식들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현재 5% 안팎의 저자본으로 고금리의 브릿지론 등 PF대출에 의존해 개발하는 분양형 디벨로퍼의 문제점을 명확히 직시하고 금리·경기변동 등 부동산 환경의 급변에 노출되더라도 시행·시공·신탁·금융사의 사업 위험을 낮출 장기 방안을 마련했다고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방향성은 옳다는 게 중론이지만, 제도의 속도 조절과 단계적 추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많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며 시행사들의 자금 여력이 부족한 상태에 빠진 경우가 적지 않아서다. 토지주들도 이익 실현이 확실치 않은데 쉽사리 동참하기 어렵다. 

디벨로퍼(개발업체) 10곳 중 9곳은 연 매출 100억원에도 못 미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는 게 어려울 수 있는 상황이다. 몇몇 자본 규모가 큰 디벨로퍼가 부동산 개발시장을 독식하는 기울어진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생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그간 너무 나이브하게 PF 사업들이 돌아가다 보니 최근 2년처럼 PF가 이슈가 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으니, 관련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은 설득력 있는 정책 방향"이라면서도 "다만 규제강화가 어떤 수준으로 현실화하는 것이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PF 분야의 '위험성을 사전적으로 관리하는 것'과 특정 분야의 '적극적인 기업가정신 등을 제한하는 것'을 절충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자기자본비율 높아진단 건 사업에 있어서 돈이 많이 필요하단 건데 현재 토지, 사업비가 많이 오른 상황에서 대출을 받기가 어렵고 시행이나 개발 주체들은 어려움을 겪어 공급 물량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면서 "현재 경기 침체 국면에서 실효성 측면에서 자기자본비율과 건전성을 높이는 과정이 경제 순환에 무리가 가지 않을 정도로 단계적으로 속도를 조정해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작은 시행사나 자본이 없는 영세 시행사들이 곤란해질 것이고 개발사업 자체가 침체 상황에서 사실상 알맹이가 없는 정책으로 보인다"면서 "안 그래도 어려운 경기 속에서 자본력과 경쟁력 있는 사업 주체만 살아남고 영세한 시행사들은 솎아내기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개발사업 풀이 작아질 수 있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함 랩장은 "다만 디벨로퍼의 자본 확충을 지원키 위한 도시 규제 특례 마련(부동산개발사업관리법 규정)과 은행·보험사의 장기 임대주택 사업 참여를 위한 은행법 시행령 개정 등 관련 입법이 필요하다"면서 "PF 관련 공정·명확한 사업성 평가 기준(PF 리스크 모범규준)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건설사의 책임 준공·채무 인수 부담을 합리화하는 정책도 조속히 추진될 필요가 있다. 추진 과제 등이 대부분 2025년 법 개정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 부동산 PF 선진화 효과는 2025년보다 2026년 현실화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론 자본과 설계·MD·분양 및 임대·운영 노하우까지 두루 갖춘 규모 있는 디벨로퍼와 영세 디벨로퍼 간 양극화는 더 심화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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