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저 서울시에서 하는 남녀 모임 주선 프로그램에 신청했어요.”
사무실에서 후배가 던진 한마디다. 자세한 내용도 모른 채 “현수막이라도 준비해 응원가야 하는 것 아냐” 하니 피식 웃는다.
알고보니 서울시와 우리카드가 함께 지난 23일 한강 세빛섬에서 미혼남녀를 위한 특별한 만남 행사 ‘설렘, 인(in) 한강’ 개최 건이다. 서울 거주 25세~39세 미혼남녀 100명을 선정하는 행사다.
행사 마무리에는 참가자들이 마음에 드는 이성을 1~3순위까지 기재하고 용지를 제출하며, 최종 커플 성사 여부는 다음날 당사자들에게 개별 통지하는 방식이다.
3286명이나 신청해 커플 27쌍이 탄생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후배는 이 치열한 경쟁률을 뚫었을지 궁금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내리막을 걷던 합계출산율(0.76)이 반등을 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혼인 증가가 출산으로 이어지면서 3분기 합계출산율이 8년여만에 반등한것이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연간 기준으로도 출생아 수가 9년 만에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올해 3분기 출생아 수는 6만1288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23명(8.0%) 증가했다.
시골로 갈수록 저출산 문제는 심각하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만 해도 청년들 이탈로 활력을 잃고 있어 시 내부에서는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올해 3분기 인구이동 통계를 보면 부산은 지난해 3분기 보다 1172명 늘어난 4093명이 순유출돼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다. 특히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20~30대 청년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모든 연령층에서 순유출이었는데 전체의 56.9%인 2333명은 20~30대 청년층이다. 부산에서 순유출된 지역은 경남 1753명이 가장 많았고 이어 서울 1238명, 경기 904명 순이다.
이에 각 지자체마다 만원 주택 등 각종 아이디어의 저출산 극복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합계출산율 반등이 이런 노력들 하나하나가 쌓인 것인지, 아니면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해서인지 모르겠지만 남녀가 사랑하고 가정을 꾸미고 싶지 않은 자가 어디 있을까.
연애와 결혼이 엄두가 나지 않는 이유는 청년들의 취업, 주택구입(부동산), 문화 등 주변 인프라 등이 작용하는 복합적이면서 구조적 문제일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향후 가장 위협적인 것은 단기적으로 인공지능(AI)이지만 장기적으로 저출산 저출생이라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래 투자이니셔티브(FII)). 급기야 지난 27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옛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한국 인구 감소 문제를 언급하는 글을 올려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의 각 세대마다 3분의2가 사라질 것"이라며 "인구 붕괴"라는 짧은 글을 게시했다.
중앙정부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국회 등 정치인들도 이 문제를 어느 것보다 우선순위에 올려 대한민국 미래를 밝게 해야 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사람이 있어야 하니까.
김무종 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