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미국의 투자자금들은 AI개발 쪽으로 몰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미국의 동향은 미국 AI산업이 압도적으로 앞서나갈 동력이 되고 있어서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투자자금들을 흡입하듯 빨아들일 가능성도 있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 당선자가 1기 때는 중국이 주도하려 들던 코인시장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으나 지금은 상황이 변해 달러패권을 강화할 유력한 수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보도들도 나오고 있다. 자금유출을 경계하며 중국 정부가 자국민들의 코인투자를 억제시키고 금 투자를 권유하면서 코인시장을 구성하는 통화가 달러의 저수지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 흐름이 트럼프의 2기를 시작하는 내년 중 미국을 풍요롭게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전 세계 경제는 매우 어려워지고 미국 소비자 물가는 한동안 치솟을 수도 있지만 미국인의 소득이 늘면서 그 문제는 적어도 미국 내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미국에 지속적으로 이로울 것이라고 희망적인 전망을 할 수는 없을 수 있다. AI가 인간 노동력을 대체해 나가는 속도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미 단순노동 단계에서는 빠르게 인간의 노동력을 대체하기 시작했고 AI산업에 투자가 급증하게 되면 개발업체들의 상품화 속도 또한 빨라지며 대체할 수 있는 분야 또한 빠르게 확대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대비를 서두르지 않으면 국가적 부는 커질지언정 시민들의 삶은 피폐해질 위험이 크다. 일본이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도 흔히 일본사회를 두고 '나라는 부자인데 국민들은 가난하다'는 소리를 많이 했었던 그런 상황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1990년대 초 '패러다임 시프트'라는 말이 유행했고 또 그런 제목의 책도 나온 적이 있다. 당시에는 디지털혁명이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것이라는 예상에서 나온 말이었고 그때까지만 해도 AI는 희미하게 개념만 떠오르는 수준이었다.
물론 디지털시대의 등장 자체만으로도 인류의 삶은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이는 단순히 산업부문에서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에 그쳤다면 이제 AI시대로의 진화는 그야말로 사회적 탈태를 이룰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컴퓨터의 등장, 디지털 네트워크의 발전만으로는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AI의 등장은 새로운 식민지 개척시대를 방불케 할 각 국가 간의 경쟁을 촉발시킬 수 있다.
이는 AI의 산업적 성취여부로 가려지는 격차를 넘어 AI의 등장으로 약화될 노동력의 가치를 사회가 어떻게 보전하느냐의 여부로 국격이 나뉠 수 있는 단계를 의미한다. 지금 연구되고 있는 수준에서 이미 상당수의 전문직들이 AI로 대체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만큼 인간 노동력의 효용이 떨어질 때 일자리를 가질 수 없는 많은 국민들에게 기본적인 생존보장을 얼마나 준비하느냐가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지금 로봇밀도 세계 1위인 한국에서는 일할 자리를 찾지 못한 채 놀고 있는 청년들이 75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게다가 고급일자리의 상당부분은 기업의 해외투자 확대로 인해 미국을 비롯한 외국으로 유출되고 있다.
AI가 인간 일자리를 대체하는 것이 당장은 한국의 인구감소 우려를 덜어줄 대응이 될 수도 있고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외국인 불법체류자 문제를 해소하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효율성 측면에서 기업들은 더 빠르게 일터에서 인간을 밀어낼 수 있고 이는 막을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 될 것이다.
이런 시대를 앞두고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산업혁명 초기의 비인간적 시대로 후퇴하는 것을 피할 수 없게 될 불길한 예상을 하게 된다.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를 재구성하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앞으로 개개인이 다양한 형태의 AI를 소유하거나 렌트하고 인간은 즐거운 일을 찾아 삶을 향유하는 유토피아적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거나 아니면 소수가 그런 삶을 누리는 사회에서 다수가 또다시 18~19세기의 시궁쥐 같은 삶을 살도록 방치된 사회를 만들거나 선택의 시기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그 선택의 선후로 또다시 선진국과 후진국의 갈림길에 설 때가 그리 멀리 있지는 않은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