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 후 해제 사태와 관련해 국가 신용등급에 실질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4일 킴엥 탄 S&P 전무는 서울 여의도에서 S&P와 나이스신용평가와 공동으로 개최한 언론 세미나에서 "비상계엄이 몇시간 만에 해제됐고 한국의 제도적 기반이 탄탄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현 상황에서는 한국의 현 신용등급(장기 기준 'AA')을 바꿀 사유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전 세계적인 상황이 한국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 봐야 한다"며 "다른 국가가 상대적으로 매력적이고, 정치 리스크도 없다면 한국 투자를 철회하고 그쪽으로 돌릴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엔디 리우 S&P 전무도 "외국 투자자들이 한국 환경에 관해 다소 신중한 태도를 보일 수는 있겠지만 한국의 전반적 신용 환경이나 한국 기업의 신용도에 관해서는 계엄의 여파가 현재로는 잠잠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밤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갖고 갑작스럽게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회는 4일 새벽 1시께 본회의를 열고 비상계엄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본 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재석 190명, 찬성 190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이날 오전 4시30분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했다.
금융당국은 비상계엄 사태 후 시장에 대거 유동성을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국내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의 확대로 단기 변동성이 커진 만큼 방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정치 불확실성이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란 우려가 투자심리에 불리하게 작용하며, 이날 코스피는 비상계엄 후폭풍 여파로 전일 대비 1.97% 하락한 2450.76에 개장했다"며 " 다만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금융당국에서 긴급대책을 발표하면서 코스피 낙폭은 제한됐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향후 코스피는 약세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며 "원화 약세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경계감에 해외 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고, 환율 안정화 조치가 명확하게 나온다면 상황은 달라지겠지만 지금은 주식시장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건 분명하다"고 분석하며 음식료, 통신, 서비스 등 방어적 특성을 보유한 업종을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다행히 수시간 만에 계엄령이 해제됐지만 국내 정치 불확실성 리스크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경기 하방 리스크 확대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주식시장에서도 단기적으로는 변동성 확대와 한 단계의 레벨 다운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외국인 자금이탈 확대 가능성은 정치 리스크가 얼마나 빠르게 수습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어떤 방향이든간에 빠르게 계엄령이 해제된 것과 마찬가지로 빠르게 수습되느냐의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치 리스크가 해외 수출 등에 단기적으로 문제를 야기할 수는 있지만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만일 정권이 교체되거나 정부 구성이 변화하게 된다면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가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