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제기수출·기체부품 역량강화, 내년에도 '성장세'
부품업체 인수 및 민항기시장 회복세도 호재 전망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강구영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도 수출확대에 힘쓰며 올해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완제기수출 및 기체부품 부문에 역량을 기울인 결과다. 특히 수출확대 전략에 힘쓴 과정에서 확보한 여러 파이프라인과 사업 성장을 위한 인수합병 추진 등에 나서면서 내년에도 KAI 성장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AI는 올 1~3분기 매출액 2조5390억원, 영업이익 198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 10%, 영업이익 115% 늘어난 수치다. 완제기수출 및 기체부품 부문 매출액이 호조를 보이며 영업이익 성장을 이끌었다.
증권가는 내년에도 성장세가 이어질 거로 봤다. 유안타증권은 내년 매출액·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4조4000억원, 3220억원으로 전망했다. 올해 추정치 대비 각각 18.8%, 13.9% 늘어난 수치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한국형 전투기 KF-21 초도양산 본격화와 폴란드·말레이시아향 한국형 경공격기 FA-50 매출인식 영향으로 완제기수출 부문 실적이 큰 폭 증가할 것"이라며 "중동향 고정익 수출 및 이집트·우즈베키스탄·말레이시아·필리핀 FA-50 파이프라인도 고려하면 완제기수출 이익기여도는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KAI 역시 성장을 위해 더욱 고삐를 쥐고 있다. 강 사장은 지난 11월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수출확대를 위해 '수출마케팅부문'을 신설했다. 고정익, 회전익, 무인기, 위성 등에 대한 해외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패키지형 수출전략을 수립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동시에 수출마케팅부문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항전연구센터를 새로 만들고, 기존 운영센터를 생산구매부문으로 재편했다. 강 사장은 "협업 기반으로 한 수출 역량 강화, 미래 기술 선제 확보, 생산 효율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같은 강 사장의 수출 전략에 대해 "최근 위성통신·시험장비·항공전자·방위산업 부품사업을 영위 중인 '제노코'를 인수한 것이 수출에 더욱 탄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KAI는 지난달 7일 위성통신 탑재체 및 항공전자 사업 역량 강화를 위해 제노코 지분 334만주를 545억원에 매입,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 연구원은 "KAI가 제노코 인수를 통해 완제기수출뿐 아니라 기체부품 부문에서 수직계열화, 재료비절감, 기술내재화 등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향후 글로벌 항공·방산·우주산업에서 중장기 성장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대목"이라고 했다.
최근 회복세로 돌아선 글로벌 민항기 시장에 따라 기체부품 부문 수익성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지난 10일 미국 보잉과 항공기 꼬리부분 구조물 공급연장 계약을 맺어서다. B737맥스 수평·수직 꼬리부분 조립체를 공급하는 기존 계약의 연장으로, 사업기간은 2027년에서 2032년까지, 계약규모는 1조1268억원에 이른다. 강 사장은 "KAI의 기술력과 품질관리능력을 인정받아 연장 계약을 체결하게 됐다"며 "대규모 계약으로 수익성 강화는 물론 코로나 팬데믹 이후 글로벌 공급망 붕괴 등 대외 환경 변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협력사에게 안정적인 물량을 공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강 사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주력사업 안정적 추진 △수주확대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내재적 핵심 역량 강화 등을 주문하며 "연구개발투자와 기술력 및 품질관리능력에 기반한 수주 모멘텀을 통해 퀀텀점프의 기반을 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