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공사 대금·자산·부채 평가액 변화
현대·대우건설, 달러 강세에 순자산 '껑충'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달러 환율이 무섭게 치솟으며 건설업을 포함한 산업 전반이 영향을 받고 있다. 건설사의 경우 국내 주택사업이 주력이라면 환율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지만, 해외 사업에 적극적인 대형 건설사들은 환차익 관리가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는 전날보다 10.1원 내린 1426.9원을 기록했다. 특히 올해 1월 2일 종가 매매 기준 1273.0원과 비교하면 12.09% 오른 수치다.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우리 건설사들은 국내 주택사업 비중을 줄이고 해외 사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던 추세였다. 최근 지속된 외화 강세에 해외 수주 계약 건에서 우리 기업이 유리한 입지가 된 영향도 있다.
해외사업이 주력이라면 환율은 실적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인이 된다. 외화로 받을 공사대금의 원화 가치도 달라지는 데다가, 회사가 해외에 보유한 자산·부채 평가액도 변하기 때문이다.
서울파이낸스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공시된 상위 10위 건설사(삼성물산 건설부문 제외) 분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3분기 중 '외화표시 현금및현금성자산의 환율변동효과'를 가장 크게 본 곳은 대우건설로, 2076억원의 상승효과가 발생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167억원 △현대건설 160억원 △롯데건설 140억원 △GS건설 126억원 △DL이앤씨 85억원 △SK에코플랜트 48억원 △포스코이앤씨 27억원 △HDC현대산업개발 14억원 순이었다.
반면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달러 환율이 상승하는 경우 순자산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보이는 곳은 현대건설이다. 이는 해외에 부동산 등의 자산 가치가 변화한 경우에 해당된다.
3분기 기준 다른 모든 변수가 일정할 때, 현대건설의 경우 달러 환율이 10% 상승하는 경우 714억3300만원의 순자산이 증가하는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공시하고 있다. 이를 올해 환율 상승률(12.07%)에 적용하면 현시점 기준 법인세 차감 전 세전이익이 857억원 상승한 효과다.
이어 대우건설이 598억원 상승 효과가 예상되며, GS건설의 경우 792억원의 감소 효과가 예상된다. 이는 회사가 가지고 있는 외화 자산보다 외화 부채가 더 크기 때문으로 보인다.
나머지 기업은 3분기 기준으로 달러 환율이 상승이 순자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마지막 이를 고지한 지난해 각 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하면 포스코이앤씨, DL이앤씨, 롯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환율이 오를 경우 순자산이 증가하고, SK에코플랜트는 감소한다.
이 외에도 대형 건설사들은 '환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사 수주 전 통화선도계약을 하기도 한다. 미래 특정한 시점에 계약된 통화를 사고파는 것으로, 기업들이 환율변동 위험에 적절하게 대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금융 파생상품이다. 현재 환율과 관계없이 계약을 맺은 환율에 수주 대금을 고정하는 것이다. 환차익에 대한 기회비용은 포기한다. 위 기업들의 계약을 살펴보면 주로 달러·원 기준 1200원~1300원대가 대다수다.
그러나 이 같은 환위험 대비에도 원자잿값 상승은 또 다른 변수로 작용된다. 건설사들의 매출 대비 원가율은 90%를 아득히 뛰어넘은 지 오래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 계약은 연 단위로 하기 때문에 당장의 환율 상승이 큰 영향이 없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선 1400원대가 지속 유지될 것 같다"며 "결국 수입자재 가격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어 공사비 상승을 유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 말에 따르면 외국에서 주로 수입하는 건설업 품목으로는 철근, 모래, 유연탄, 형틀, 거푸집(알루미늄 폼) 등이 있다. 이들은 환율에 민감한 품목이기도 하다. 철근은 우리 기업과 경쟁하는 중국과 일본 등의 환율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인다. 시멘트에 사용되는 유연탄의 경우 수입 의존품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환율 상승이 해외 공사에서는 유리하게 작용되지만, 국내 건설 현장에서는 결국 운영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며 "단순 수입 자재비를 넘어 중장비, 유가, 전기료 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결국 공사 원가 전반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