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해 차이 인정하고 이해하는 태도 필요
※ 이 기사는 '오징어 게임2'와 '시빌 워: 분열의 시대'에 대한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정치 극단주의, 혹은 혐오는 우리 사회의 화합을 가로막고 성장을 저해하는 큰 원인이다. 정치·사회학자들은 정치 극단주의의 원인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이는 대중문화에서도 잘 나타난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2'에서는 정치 극단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가 등장한다. '오징어 게임2'에서 진행되는 데스게임은 전편과 비슷하지만 일부 달라진 점이 있다.
게임 종목의 변화를 제외하고 게임에서 일어난 가장 큰 변화는 '매 게임이 끝날 때마다 진행여부를 투표하는 방식'이다. 시즌1에서는 첫 게임이 끝나고 참가자들을 상대로 진행여부를 투표했다. 그 결과 진행 중단이 결정돼 참가자들은 일상으로 돌아갔고 나중에는 스스로 데스게임으로 돌아오는 결과를 만들었다.
시즌2에서 매 게임이 진행될 때마다 게임 진행여부를 투표를 하는 방식은 사람들 간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했다. 예를 들어 장금자(강애심)와 박용식(양동근)은 모자지간으로 함께 X를 누르고 나가기로 했지만, 용식은 혼자 다른 선택을 한다. 일행이지만 다른 선택을 하는 경우는 조현주(박성훈)와 김영미(김시은), 이명기(임시완)와 김준희(조유리)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이 때문에 이들 일행 사이에서는 묘한 갈등의 골이 생긴다.
갈등의 골은 게임 속행과 반대 투표가 50:50이 됐을 때 극에 달한다. 진행요원은 하루 뒤에 재투표를 실시하겠다고 하지만, 그 사이 속행과 반대 진영은 서로 갈등을 일으키고 몸싸움으로 번진다. 이는 시즌1에서도 등장했던 '스페셜 게임'인 것이다. 시즌1의 '스페셜 게임'은 참가자들에게 배고픔을 유발해 싸우도록 했지만, 시즌2에서는 속행과 반대로 싸움을 일으킨다.
시즌2 6화에 등장한 이 에피소드에서 가슴에 O를 붙인 사람들과 X를 붙인 사람들이 편을 갈라서 갈등하는 장면은 마치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가 한 공간에서 만난 것과 같은 긴장감을 준다. 실제 탄핵 찬성·반대 집회 주최 측 간에 몸싸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갈등의 골은 그보다 훨씬 깊을 것이다.
지난달 31일 극장에 개봉한 영화 '시빌 워: 분열의 시대'는 제목 그대로 분열해버린 미국을 보여준다. 정치 극단주의 극에 달하다 못해 결국 내전이 일어난 미국에서 리(커스틴 던스트)와 조엘(와그너 모라)을 중심으로 한 사진기자 일행은 대통령을 인터뷰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떠난다. 영화는 워싱턴으로 떠나는 과정에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며 겪는 미국의 자화상을 보여준다.
인상적인 장면은 여행의 일원인 어린 사진기자 제시(케일리 스패니)와 동료들이 군인들에게 붙잡히고 리, 조엘 일행이 구하러 가는 장면이다. 이 과정에서 조엘은 "우리는 미국인이다"라고 말하지만, 그 말을 듣던 군인은 "어떤 미국인?"이라고 되묻는다. 그리고 그들은 각자 자신이 태어난 주(州)를 말한다.
이는 미국의 행정적 특성에서 비롯됐다. 미국은 단일 국가가 아니라 여러 개의 주가 모여 이뤄진 '합중국' 형태다. 그만큼 주마다 정치적 성향과 환경이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 정치 성향이 갈라질 수 밖에 없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시빌 워: 분열의 시대'가 가져다 주는 실질적인 공포는 기축통화가 '달러'에서 '위안화'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역 이기주의를 영화에 대입해본다면 꽤 그럴싸한 공포를 마주할 수 있다. 미국의 1개주보다 작은 나라가 두동강이 나서 전쟁을 치렀는데 정치 극단주의 때문에 거기서 또 두동강이 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정치 극단주의에 대한 경고는 한국과 미국의 콘텐츠를 가리지 않고 드러내고 있다. 다만 이들 작품들 모두 뚜렷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저 정치 극단주의로 인한 갈등은 결국 피를 보고 누군가 죽을 수 있다고 경고할 뿐이다.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상대의 의견이 나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이해하면서 대화를 이어가는 게 최선일 것이다. '오징어 게임2'에서도 현주와 영미, 금자와 용식은 서로 다른 의견을 가졌지만, 각자 사과하고 이해했다. 정치적 견해보다 더 끈끈한 관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치적 견해는 서로 다르지만, 결국 같은 나라에 살면서 같은 문화를 공유하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