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크,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 개발 이어져
배아 속 줄기세포를 다루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 제기
[서울파이낸스 권서현 기자] 제약업계가 '미니 장기'로 불리는 '오가노이드(organoid)' 기술을 활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오가노이드란 줄기세포나 전구세포를 사용한 몸속 장기를 모방해 만든 3차원 형태의 세포 집합체로 주로 심장, 간, 신장 등 주요 장기나 조직의 기능이 손상된 환자의 장기 재생을 돕고, 치료가 어려운 난치병에 활용할 수 있다.
31일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오가노이드 시장 규모는 2023년 약 14억2000만달러에서 2028년 43억8000만달러로 연평균 25.2% 성장을 예상했다. 머크, 로슈,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관련 기술 후보물질 개발을 이어가며 시장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제약사들도 잇따라 개발을 진행 중인데, 이 기술에 가장 두각을 드러내는 곳으로는 대웅제약과 JW중외제약이 있다.
대웅제약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2024년도 소재부품기술개발 과제에 재생의료 분야의 핵심 기술로 평가받는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 대량 생산 기술 개발' 과제에 선정됐다.
이 과제는 총 3개의 세부 과제로 이루어져 있다. 1세부 과제는 고품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대량 생산을 위한 핵심 소재 및 배양 용기 개발을 목표로 하며, 2세부 과제는 고품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생산 실시간 모니터링 및 품질평가용 핵심 부품 개발에 집중한다. 마지막으로 3세부 과제는 고품질 오가노이드 재생치료제 대량 생산 자동화 공정 기기 개발을 다룬다. 이 중 대웅은 1세부 주관기업의 총책임 기관이자, 3개 세부 과제 전체를 총괄한다.
대웅제약은 대량 배양을 가능하게 하는 배양 용기, 고품질의 세포외 기질(ECM), 성장 인자, 첨가물 등 '핵심 소재' 개발을 목표로 성장 호르몬 등 단백질 및 화학 물질을 제공해 연구를 지원하고, 소재의 성능 평가를 통해 상용화 가능성을 검증한다.
또한 2세부·3세부 과제와 협력해 배양 환경을 자동으로 관리하고 특수 배지와 시약의 정밀 분배가 가능한 '자동 생산 공정'을 개발해, 실시간 품질 모니터링과 데이터 분석으로 오가노이드 성장을 최적화하고 생산성과 품질을 향상시킬 계획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이번 프로젝트는 재생의료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 고품질 오가노이드의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이번 과제를 통해 단순히 기술 개발에 그치지 않고, 오가노이드 재생 치료제의 글로벌 상용화를 앞당길 계획이며 이를 통해 전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재생의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국내 바이오산업의 자립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전망"이라고 전했다.
JW중외제약은 인공지능(AI) 기반 정밀의료 분야의 글로벌 선도기업 미국 템퍼스AI(Tempus AI)와 협력해 실제 임상 데이터(Real-World Data, RWD)와 오가노이드를 활용한 항암 신약 개발에 들어갔다.
JW중외제약은 템퍼스AI가 보유한 임상 기록, 병리 이미지 등의 멀티모달(multimodal) 데이터와 환자 유래 오가노이드 모델을 활용해 자사의 신약후보물질을 정교하게 평가하고, 치료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검증할 계획이다. 템퍼스AI는 실제 암 환자 종양에서 유래한 다양한 오가노이드 모델을 제공한다. 이 모델들은 환자의 종양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며, 템퍼스의 차세대 유전체 분석 기술인 xT를 통해 방대한 임상 데이터와 연계된다.
이를 통해 양사는 오가노이드 연구 결과를 실제 환자 데이터와 비교함으로써, 신약후보물질의 임상 시험 결과를 더욱 정밀하게 예측해 최적의 맞춤형 항암 신약으로 개발할 전망이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이번 협력은 한국에서 실제 임상 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며, 글로벌 트렌드에 맞추어 국내 신약 개발 분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줄기세포를 다루기 때문에 윤리적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줄기세포는 배아에서 채취되는데, 채취되고 나면 배아는 생존할 수 없다. 배아는 난자와 정자의 수정 후 신체 기관들이 형성되기 전 상태를 일컫지만 뇌는 초기 태아 뇌랑 비슷한 수준의 뇌 활동을 보이기 때문에 기술의 성장과 함께 윤리적 논쟁은 따라갈 수밖에 없다"며 "성인의 세포를 역분화시키는 줄기세포가 개발되며 우려를 조금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