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부터 판매 재개···KPI서 고난도 상품실적 제외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주가연계증권(ELS) 등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의 은행 판매채널이 특정 거점점포로 제한된다. 고난도 상품을 판매하려는 직원은 규정에 따른 자격요건과 일정 기간 이상의 판매경력을 갖춰야 한다.
금융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불완전판매 예방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26일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초 발생한 홍콩H지수 기초 ELS 대규모 손실 및 불완전판매 후속 조치로 은행에서의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제한 방안을 검토해왔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금액이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상품을 의미하는데, △파생상품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파생결합증권을 20% 초과해 편입한 펀드 △파생상품·파생결합증권·고난도 펀드를 20% 초과해 편입한 신탁 및 일임계약 등이 포함된다.
금융당국은 은행 점포 대부분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과 예·적금 등 수신상품 판매 창구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지 않아 많은 은행 고객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원금보장 상품으로 오인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고 봤다. 또 판매실적을 높이고자 소비자보호를 벗어나 무분별하게 ELS 상품을 판매하는 영업행태가 만연했던 것을 확인했다.
이에 충분한 소비자 보호장치를 갖춘 거점점포를 통해서만 ELS를 판매하도록 했다. 거점점포는 기존 영업점과 물리적으로 분리된 판매공간이어야 한다. 또 ELS는 관계 규정에 따른 자격요건(교육 미수 및 자격증 보유)과 일정기간 이상의 상품 판매경력을 가진 전담 판매직원만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은행·증권 복합점포도 동일한 요건을 적용, 복합점포 내에서 은행 직원이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을 판매할 경우 일반 여·수신 창구와 분리된 투자 창구에서만 가능하다. 아울러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소개 영업실적은 은행 KPI(성과보상체계)에 반영되지 않도록 한다.
ELS 외 기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고난도 공모펀드) 판매채널도 개선한다. 기타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일반점포와 거점점포에서 모두 판매가 가능하나, 소비자가 예·적금 등과 명확히 구분해 인지할 수 있도록 판매 창구를 철저히 분리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을 기준으로 전체 점포의 5~10% 정도가 거점점포가 될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해 말 기준 5대 은행 점포수가 약 3900개인 점을 고려하면 195~390개 거점점포에서만 고난도 ELS 상품 판매가 가능한 셈이다.
관련해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거점점포의 물적요건과 인적요건이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에 기준에 충분히 충족되지 않으면 (거점점포 수가) 그 이하도 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이번 방안이 잘 정착되면 관련 상품을 다룰 수 있는 점포고 더 많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 거점점포에서의 ELS 판매 재개는 오는 9월부터 가능할 전망이다. 지난해 초 홍콩ELS 손실 사태가 커지면서 대부분의 은행이 상품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판매 규모가 미미했던 우리은행 일부 채널(PB)에서만 일부 취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또 ELS 상품 판매 과정에서의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자 금융회사에 '금융소비자 보호 원칙'을 마련하고, '지배구조법'에 따라 이 원칙을 내부통제 기준에 반영하도록 했다.
금융회사는 상품별 판매대상 고객군을 구체적으로 정한 후 이에 해당하지 않는 소비자에 대해서는 투자 권유를 하지 않아야 한다. 예컨대, 원금의 70%까지만 손실을 감내할 수 있다고 답한 투자자에게는 원금 100% 손실이 가능한 비보장형 ELS 상품을 판매직원이 권유할 수 없게 된다.
불완전판매 유인으로 지적됐던 은행 KPI도 개선한다. 단기 영업실적보다는 고객이익을 우선하도록 재설계하고, 소비자이익 관점으로 모범사례 및 가이드라인도 제시한다.
금융회사가 자체적으로 상품별 투자위험을 파악한 후 판매한도를 정하고, 매월 정기적으로 한도를 재승인하도록 했다. 아울러 사후 모니터링 항목을 구체적으로 정해 소비자보호 부서가 이를 철저히 점검하도록 한다.
금융회사와 당국은 특정 상품 쏠림현상, 고객별 투자위험 확대 등을 방지하기 위해 판매 동향, 기초자산 가격하락 등 이상징후에 대한 분기별 자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필요 시 금융당국은 선제적으로 검사 및 감독조치를 실시할 방침이다.
김 부위원장은 "당국이 아무리 채널을 타이트하게 제한하더라도 전반적인 은행 영업방식이나 문화, 관행이 바뀌지 않으면 불완전판매 가능성을 계속 남겨놓을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은행이 영업을 할 때 소비자를 보호해야겠다는 원칙이나 본인의 단기적 이익에만 급급하지 않고, 부족한 사람한테는 판매를 하지 않는 부분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