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삼성전자, 'AI 가전'으로 故한종희 부회장 비전 계승한다
[현장] 삼성전자, 'AI 가전'으로 故한종희 부회장 비전 계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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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투 비스포크 AI' 개최···올해 AI 가전 비전·전략 공개
스크린 탑재 라인업 확대, 빅스비 고도화로 편의성 강화
문종승 부사장 "기존 추진방향·계획 차질없이 진행할 것"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장 내 마련된 삼성전자 가전 신제품 모습. (사진=여용준 기자)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장 내 마련된 삼성전자 가전 신제품 모습. (사진=여용준 기자)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갤럭시 언팩'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신제품 발표 행사에는 비슷한 패턴이 있었다. 해당 사업부의 최고 책임자가 올해 사업 전략과 방향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실무자들이 서비스와 제품에 대해 소개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신제품 론칭행사는 이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삼성전자가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개최한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는 당초 26일 같은 장소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 하루 전인 25일 한종희 DX부문장 부회장이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행사에 차질이 생겼다. 한 부회장은 지난 22일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이번 '웰컴 투 비스포크 AI'는 한 부회장의 별세 이후 삼성전자의 첫 대외행사다. 한 부회장의 발인이 막 끝난 시점인 만큼 내부 분위기를 추스를 겨를도 없었겠지만, 행사장 입구에 다다르자 "더 미룰 수도 없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행사규모가 크고 화려했다.

원래 한 부회장이 했어야 할 기조연설은 문종승 DA사업부 개발팀장 부사장이 대신했다. 문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하드웨어 혁신을 넘어 기기간 연결과 AI 기술을 통해 사용자를 이해하고 돌보며 문제를 해결해 주는 AI 홈 경험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우리 삶을 혁신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지속 출시해 변화를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가정 내 가전기기들을 AI로 연결 = 삼성전자는 올해 AI 가전 솔루션의 주요 전략을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고(Easy to Use) △사용자를 돌보며(Care)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Saving) AI 가전이라고 정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AI가 탑재된 가전 기종을 전년 대비 3배 확대했다. 

이들 제품에는 AI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는 7인치 스크린을 탑재했다. 또 기존 7인치 스크린이 탑재됐던 비스포크 냉장고에는 전작보다 넓어진 9인치 스크린이 탑재됐다. 해당 터치스크린은 △와이파이 △직비(Zigbee) △매터 스레드(Matter Thread) 등 다양한 프로토콜을 지원하기 때문에 별도의 허브가 없어도 조명과 스위치 등 다양한 IoT 기기까지 연결해 조작할 수 있다.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문종승 DA사업부 개발팀장이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올해 전략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용준 기자)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문종승 DA사업부 개발팀장이 삼성전자 생활가전의 올해 전략과 비전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여용준 기자)

스크린 사용 범위를 대거 확대한 전략은 한 부회장이 2020년 CES에서 발표한 '스크린 에브리웨어' 비전을 실현한 것이다. 한 부회장은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이던 당시 "소비자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라 스크린을 최적화해 언제 어디서든 원하는 콘텐츠와 정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당시 TV와 AI를 연결하겠다는 비전은 냉장고, 세탁기, 식기세척기, 에어컨 등 생활가전까지 확대되고 있다. 올해 초 CES에서도 삼성전자는 '스크린 에브리웨어' 비전을 전면에 내세운 신규 가전 라인업을 공개한 바 있다. 

스크린 외에 삼성전자는 빅스비를 고도화해 개별 가전제품이 AI 허브 역할을 하도록 했다. 또 '보이스ID'를 적용해 사용자의 목소리를 구분하고 각 사용자에 맞는 맞춤 기능을 제공하도록 했다. 빅스비 역시 문맥을 파악해 사용자의 명령을 수행하도록 했다. 이로써 사용자는 AI와 대화를 위한 부자연스러운 명령어가 아닌 평상시 대화와 같은 자연어로 AI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냉장고 앞에서 "빅스비, 내 일정 알려줘", "내 사진 보여줘"라고 말하면, 해당 사용자의 목소리를 인식해 일정과 갤러리 속 사진을 불러와 보여준다. 또 △"빅스비, 내 폰 찾아줘"라고 말하면 해당 사용자의 폰 벨소리를 울려 위치를 알려주는 '내 폰 찾기' △폰에 설정한 접근성 기능이 가전에도 적용되는 '접근성 설정 동기화' 등 다양한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28일 서울 광진구 파이팩토리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행사에서 삼성전자 직원이 가전 신제품의 AI 성능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여용준 기자)

AI 성능 외에 하드웨어 성능도 대폭 강화됐다. 비스포크 AI 하이브리드 냉장고는 컴프레서와 반도체 소자가 함께 구동하며 최적의 효율을 내는 방식의 'AI 하이브리드 쿨링'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올해는 9형 스크린을 탑재하고 프리스탠드부터 키친핏까지 라인업을 확장했다. 

또 2025년형 올인원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는 국내 최대 25kg 세탁 용량과 18kg 건조 용량을 갖췄다. 열교환기 구조와 예열 기능을 개선해 쾌속 코스 기준으로 단 79분 만에 세탁부터 건조까지 가능하다. 이는 기존 대비 20분가량 단축한 수준이다. 

이 밖에도 보안 침해 사고 시 가장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로봇청소기는 삼성전자의 보안 솔루션인 녹스 매트릭스와 녹스 볼트로 성능이 대폭 강화됐다. 특히 2025년형 가전에서는 각 기기들이 서로 감시하고 이를 사용자에게 알려 보안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했다. 로봇청소기는 RGB 카메라와 액체 인식 센서를 탑재해 바닥에 쏟은 물도 치울 수 있도록 했고 1cm가량의 턱도 넘을 수 있도록 개선됐다.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에서 열린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지난해 '웰컴 투 비스포크 AI' 미디어데이 당시 한종희 한종희 삼성전자 DX부문장 부회장 모습. (사진=삼성전자)

◇ 경영공백 생겼지만, 삼성 가전 "갈 길 간다" = 앞서 삼성전자가 한국과 미국, 영국의 AI 가전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사용자들은 AI 가전에 가장 원하는 점으로 "시간과 노력을 크게 들이지 않아도 집안일을 알아서 해주는 맞춤 경험"을 꼽았다. 이를 반영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올해 가전제품을 더 쉽고 편리하게 사용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기존 한 부회장이 강조한 '스크린 에브리웨어' 비전 역시 사용자가 원하는 장소에서 더 편리하게 콘텐츠를 즐기고 정보를 취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삼성전자는 한 부회장의 부재에도 이 같은 전략을 계승한다는 계획이다. 

문종승 부사장은 한 부회장의 부재 이후 사업전략에 대해 "기존 추진방향과 계획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전체 DA사업부 임직원들이 혁신에 매진하고 있다. 이런 결과들이 사업의 성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2025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사진=여용준 기자)
삼성전자 2025년형 비스포크 AI 스팀. (사진=여용준 기자)

한편 삼성전자는 가전제품의 성능 향상과 사용성 개선 외에도 사용 편의 개선과 환경보호를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사용자가 가전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서비스인 '스마트 포워드'를 도입하고 1년 동안 약 90회의 업데이트를 진행해 고객이 겪는 불편함을 빠르게 해소하고 기능을 향상해 왔다.

삼성전자는 기기 내 데이터를 바탕으로 오류를 진단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안내하는 '스마트싱스 홈 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원격으로 소비자와 직접 상담을 하고 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격 진단 서비스'의 경우, 한국과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 인도, 호주까지 확대하고 있다.

또 폐기물을 줄이고 재활용 비중을 늘리기 위한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포스코와 협업으로 재생 소재 함량을 높인 법랑용 강판 공동 개발 △폐가전에서 수거된 플라스틱을 일부 에어컨 부품으로 재활용 △폐스티로폼을 포장재의 일부로 재활용한 사례를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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