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적과의 동침’ 확산
대기업 ‘적과의 동침’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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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정일환 기자]톰과 제리도 힘을 합치는 때가 있다. 스파이크라는 이름의 힘센 불독에 맞서야 하는 경우가 그렇다. 

전자분야에서 삼성과 LG는 다른 업종과는 차원이 다른 경쟁을 벌인다. ‘밀리면 죽는다’는 비장감마저 보인다. 그런 전자분야에서 LG가 최근 삼성에 손을 내밀었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자의 자회사인 세메스가 생산하는 액정표시장치(LCD)패널 에처스트리퍼(식각 박리 장비)와 세정기 등을 구매할 예정이다. 세메스는 삼성전자가 63.87%의 지분을 보유한 반도체와 LCD 제조설비 기업이다.

어제의 적과 동침하는 사례는 이 뿐 아니다. 기업들은 합종연횡으로 상생의 길을 찾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전자, 자동차, 해운, 철강 등 주요 기업들을 중심으로 그간 치열한 승부를 벌여온 경쟁사와 손을 잡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D램 기업인 램버스와 특허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램버스는 지난 5년여 동안 특허 소송을 벌이며 삼성전자를 괴롭혀온, 삼성전자로서는 ‘눈엣가시’ 같은 존재. 그럼에도 삼성은 특허 라이선스 계약과 지분투자 계약까지 동시에 체결하면서 적을 끌어안았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라이벌인 하이닉스와도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반도체 장비업체인 유진테크와 디엠에스, 케시텍 등과 장비구매 계약을 조건으로 정부의 도움을 받아 핵심 반도체 장비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LG전자와 KT도 ‘합체’에 나섰다. LG전자는 KT의 오는 4월 ‘쿡 TV’ 셋톱박스를 내장한 인터넷 TV(IPTV)를 선보인다. 통합LG텔레콤이 IPTV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LG전자가 경쟁사인 KT의 IPTV 시장 확대를 돕기로 한 것이다.

어울리지 않을 듯 보이는 삼성과 현대차의 협력도 이뤄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는 최근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을 위해 손을 잡았다. 또 삼성LED와 현대모비스도 발광다이오드(LED)분야에서 제휴하기로 했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해운업계에서도 공동으로 위기 돌파에 나서고 있다. 컨테이너 업계 쌍두마차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최근 아시아∼미주 노선에서 상대회사 컨테이너를 실을 수 있는 ‘선복교환’ 서비스를 시작했다. 한정된 파이를 놓고 뺏고 뺏기는 경쟁을 하기 보다는 유연성을 발휘해 낭비를 줄이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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