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섹 쇼크'로 드러난 하나금융지주의 한계
취약한 주주구성과 자본…대형 M&A 불가능
[서울파이낸스 김미희 기자] 절치부심 우리금융지주 인수를 벼르던 하나금융지주에 빨간불이 켜졌다. 최대주주인 테마섹이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금융 매각공고가 임박한 상황에서 터진 악재로 하나금융은 좌불안석이다.
지난 20일 하나금융지주의 최대주주인 앤젤리카 인베스트먼트(테마섹 자회사)가 보유 주식 전량(2038만5000주, 9.62%)을 블록세일(대량매매) 형식으로 처분했다.
하나금융 주가는 이날 7%까지 미끄러지면서 '테마섹 쇼크'를 감수해야 했다. 김정태 하나은행장이 자사주(2000주)를 매입하는 등 그룹 전체가 '테마섹 쇼크' 후폭풍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이다.
테마섹의 투자금 회수로 인해 우리금융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하나금융 주주구성의 취약성이 함께 거론되면서 그룹의 한계만 더 부각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병건 동부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이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면) 증자하거나 재무적 투자자를 끌어들여야 하는데, 이 같은 대형 M&A가 추진되기에는 그룹의 주주구성이 여전히 너무나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테마섹이 지분을 매각하면서, 하나금융의 5% 이상 대주주는 골드만삭스의 자회사인 GS Dejakoo(8.66%)와 국민연금(8.19%), 얼라이언스번스타인(7.31%) 등이다.
이 연구원은 "문제는 골드만삭스가 보유 중인 하나금융 지분 전부가 대부분 국내은행 차입을 통한 투자였다는 점"이라며 "장기적 투자가 아닌 단기차익을 노린 투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차입금 만기 또한 지난 7월로 이미 지났기 때문에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그는 로이터통신을 인용, "테마섹의 하나금융 지분 매각은 스탠다드차타드은행에 대한 53억달러 투자와 함께 진행된다"며 "테마섹이 (금융주에서) 에너지 분야로 포트폴리오 변경을 추진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금융 지분을 매각해 SC에 투자하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즉, 하나금융이 추진 중인 M&A에 대한 테마섹의 부정적 시각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1대 주주의 지분 매각으로 하나금융이 우리금융 합병과 관련해 다른 주주들을 설득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최정욱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력한 입찰후보였던 하나금융의 대주주가 이탈하면서 우리금융 매각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아졌다"고 전망했다. 우리금융 인수 합병에 주주들의 지지가 필수였던 하나금융이 암초에 걸린 것이다.
한편, 하나금융은 지난 21일 주요 주주들과 기관 투자자들에게 테마섹의 지분 매각 배경을 설명하는 서한을 보냈다.
하나금융 측은 "테마섹의 지분매각은 자체적인 포트폴리오 정책 변화로 인한 결정으로서, 그룹의 기업가치에 악영향을 줄 사항이 없다"며, 특히 "하나금융의 M&A 전략과 관련해 테마섹과 어떠한 이견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테마섹의 포트폴리오 정책 변화를 이미 알고 있었고 지분 변화도 예상했었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달 말 우리금융 매각공고를 앞둔 미묘한 시점에 최대주주가 이탈했다는 점에서 오해의 소지는 분명있다"면서도 "테마섹의 지분 매각은 우리금융 M&A는 물론 중장기적으로 하나금융 내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