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660만원의 '딴지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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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서지희·양종곤 기자] 1조3350억원(하나금융 신주 상장)이 단돈(?) 660만원(소액주주)의 딴지걸기로 곤혹스러운 형국이다. 660만원의 주인공은 4명의 외환은행 직원과 그 가족들이다.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를 시종일관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최근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관련, 신주발행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한국거래소는 그날 몇시간도 채 안걸려 신속하게(?) 신주 상장을 유예했다. 하나금융은 법원에 상장유예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접수로 응수했다. 

1조3000억원 규모 신주 상장이 4명의 소액주주에 의해 발목잡힌 꼴이다. 이 일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주목거리다. 시장에선 '660만원의 해프닝'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위, "상장유예와 M&A 승인은 별개"

금융위원회의 M&A 승인만 남겨둔 상황에서 돌발 변수가 등장한건 사실이다. 때문에 금융당국의 결정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일단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특혜시비에 휩싸일 우려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거래소의 상장유예 결정 자체는 인수합병(M&A) 승인과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소의 상장유예 결정과 금융위의 M&A 승인 사안은 별개"라며 "문제가 된다고 하면 무효소송이 인정되는 경우가 되겠지만, 현재까지 상황으로 봤을 때 소액주주의 이익뿐 아니라 다른 주주들의 이익도 있기 때문에 (무효소송이) 인정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소액주주들이 소장에서 제기한 '주권침해' 주장이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소송을 제기한 4명의 보유 주식은 150주로, 시가로 환산하면 660만원대다. 이번 소송으로 신주 1조3350억원어치의 상장이 미뤄진 것이다.

하나금융 법률자문을 맡고 있는 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의견서를 통해 "신주 발행이 상법에 맞고, 유상증자에서 할인율 또한 법적 한도를 따르고 있어 주주의 이익이 훼손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도 "법적으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명백한 불법, 경영진의 사적 이익 추구 등 명백한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안은 경영진의 판단과 소송 주주들과의 판단이 달랐다는 정도만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이번 소송은 하나금융 인수의 큰 그림을 바꾸기보다는 일정기간 지연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피인수 기업은 인수기업에 대해 '점령자'라는 인식을 가질 수밖에 없는데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측이 안고 있는) 불안감과 불확실성을 해소하려 는 노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거래소, 제도 준수 명분…제 발등 찍나

한국거래소의 신주상장 유예 결정도 논란거리다. .

거래소는 이번 결정은 금액을 떠나 제도와 소액주주 가치라는 명분이 반영됐다고 말한다. 물리적 수치로만 보면 거래소의 상장유예 결정으로 1조3350억원 규모의 신주 거래가 단 600여만원 탓에 제한됐다. 거래소가 밝힌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 103조에 따르면 신주발행 효력과 관련한 소송의 경우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상장 유예가 가능하므로 법적 결함은 없다.

문제는 거래소가 용인한 주주가치 명분이 M&A를 방해하는 수단으로 사용됐다는 점이다. 소송을 제기한 주주 4명 중 3명이 외환은행 노조원이라서 인수 저지를 위한 방어책으로 사용됐다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때문에 거래소도 주주가치, 소송 사유, 시장의 반응 등을 고려해 이번 결정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당초 내린 결정에서 바뀐 부분은 없다. 민감한 사안인 만큼 공식적으로 답변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인수합병 지연은 양사 모두에 '독'"

시장에서는 이번 하나금융 신주 상장 유예건이 자칫 M&A시장에 좋지 않은 선례로 남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소액주주의 가치를 명분으로 소송이 악용되면 최근 활성화하고 있는 M&A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확실히 노조 측이 인수합병 방해수단으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점은 모양새가 안 좋다"며 "만일 소송을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금융당국의 특혜시비가 일어날 수 있는 허점을 파고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외환은행 입장에서 인수가 결정된 이후 당장 인수 후 조직개편을 맞을 수 있는 상황에서 원활한 업무 수행이 가능하겠느냐"며 "하나금융은 물론 외환은행이 겪고 있는 최근 주가 부진은 이러한 우려에 대한 반응임을 알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서는 이번 신주 상장 지연이 자칫 외환은행 인수 차질로 번질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UBS증권은 이날 "금융당국의 승인이 지연된다면 거래 자체가 취소될 가능성도 있다"며 "인수합병 거래상 위험 확대에 따라 주식거래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위험은 외환은행 인수를 위해 론스타와 소액주주들에게 가격 부담으로 작용해 하나금융 주가의 재평가를 낳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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