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저축은행업계의 충당금 부담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부동산 PF 대손비용 등에 더해 이달부터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해서도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의무화했기 때문이다. 이미 수익성 악화로 고민이 깊은 저축은행들의 부담이 더 깊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부터 다중채무자 대출에 대한 저축은행들의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이 의무화됐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9월 '상호저축은행업감독규정' 일부 개정규정안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이달부터 5~6개 금융회사 다중채무자에 대해서 충당금 요적립률의 130%, 7개 이상 금융회사 다중채무자에 대해서는 충당금 요적립률의 150%를 의무적으로 적립해야 한다.
그동안은 저축은행 차주가 다중채무자인지의 여부는 대손충당금 적립률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손충당금적립률은 저축은행이 대출 부실 등 신용 위험에 대비해 미리 비용으로 처리하는 대손충당금을 적립하는 비율이다.
저축은행의 다중채무자 비중은 2022년 말 기준 77.4%로 은행(27.3%)에 비해 3배 가까이 높다. 다중채무자가 많을 수록 부실 대출 위험도 커지기 때문에 연체율 관리 등을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미 저축은행들의 충당금 적립 규모는 커질대로 커진 상태라는 것이다.
저축은행들은 지난해 이자비용 증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리스크 등으로 전년 대비 1조3000억여원의 충당금을 추가 적립했다.
충당금적립률도 법정 기준을 상회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기준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112.99%다. 법정기준 100%를 13% 넘는 수치다.
충당금 적립 비용이 늘어나면 업계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저축은행업계는 지난해 9년만에 555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상황은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축은행업계는 올해 1분기 1543억원의 순손실을 보이며 전년 동기(527억원)대비 순손실이 1016억원 늘었다.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은 지난 3월 기자설명회에서 "올해 충당금 적립 규모가 조금 더 커질 가능성이 있어, 올해 실적이 저점을 찍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나이스신용평가는 저축은행이 올해 추가로 쌓을 충당금이 최대 3조3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며, 손실 규모가 대손충당금 규모를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축은행업계 일각에선 아직 다중채무자 관련 충당금 적립 의무가 실제 적용되고 있지 않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회계마감 기준인 3분기 말 충당금이 확정되기 때문에, 금융당국은 충당금을 단계적으로 적립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의 경우 신용등급 하락 등 흔들릴 가능성도 있다"며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건전성 유지에 최대한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