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승연기자] 날씨가 제법 선선해졌다. 시나브로 가을이 찾아왔지만 부동산 시장에서는 건설사와 제강사의 신경전이 가을바람에 앞서 계절변화를 실감케 하고 있다.
매년 건설 성수기마다 반복되는 건설사와 제강사의 '밥그릇 싸움'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찾아왔다는 얘기다. 이쯤되니 양측의 기싸움은 '안봐도 비디오'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게 한다. '내용' 측면에서는 그다지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제강사 측은 "원재료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단가가 현실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건설사는 "적정 가격에 안정적인 수급을 원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밝혀오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밥그릇 싸움'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 제강업계가 '철근공급 중단'을 외치자 건설업계는 보란듯이 '불매 운동'이라는 초강수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쯤되면 '갈 데까지 가보자'는 것과 다름 없다.
실제로 지난 21일 건설업계는 제강업계의 일방적 가격인상요구와 철근 공급 중단행위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7대 제강사 가운데 현대제철가 YK스틸을 상대로 1차 불매운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건설업계의 이같은 이례적인 강경대응은 건설사들 나름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당분간 필요한 철근 물량을 이미 확보한 데다 중국, 일본, 대만 등지에서 부족한 철근물량을 '수입하면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철근공급 중단이라는 소위 '선빵'을 날린 제강업계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이와관련 제강업체는 "무작정 공급을 끊은 것이 아니고 건설사들이 8월치 대금을 결제해주지 않아 출하를 중단한 것"이라며 한발 물러서면서도 '명백한 불공정 행위'라며 핏대를 세우고 있다.
물론 양측의 입장을 모두 감안하면 상대가 야속할 법도 하다. 막무가내식 대응도 일면 이해가 된다. 하지만 양측의 갈등은 가을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가시밭길을 걷고 있는 건설업계에 찬바람까지 부는 형국과 다를 게 없다.
모든 '밥그릇 싸움'은 '제로섬 게임'으로 귀결된다. 얻는 쪽이 있으면 잃는 쪽도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건설경기 불황에서는 얻는 것도 크지 않고 '성처뿐인 승리'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양측이 한발씩 물러서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혜안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