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 위기전이 가능성…"은행 외화조달 다변화해야"
伊 위기전이 가능성…"은행 외화조달 다변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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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로 확산될 경우 자금이탈 본격화"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국내 은행권의 외화조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리스 위기가 이탈리아로 번질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은행들의 외화조달 라인이 미국과 유럽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국내 은행들의 중장기차입 차환율(만기도래 차입금 대비 신규 차입금 비율)이 지난 달 299.3%로 9월의 186.6%에 비해 대폭 상승했다고 밝혔다.

중장기차입 차환율이 300%에 달했다는 것은 중장기 외화차입금을 갚을 시기가 도래해 은행들이 그보다 약 2배 더 많은 중장기 외화를 조달했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내 금융권 외화차입선의 80%가 유럽과 미국계에 집중돼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내 은행의 경우 외채의 절반 이상을 서유럽 금융기관으로부터 공급받고 있어 간접적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도 현재 이탈리아의 위기가 프랑스로까지 전이될 수 있으며, 이럴 경우 해외로의 자금이탈이 본격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3일 '이탈리아 재정위기의 파급경로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탈리아의 구제금융 신청이 임박한 가운데 이를 차단하지 못하면 위기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프랑스 주요 은행 4곳이 530억유로에 달하는 이탈리아 국채를 보유하고 있고, 이탈리아에 대한 익스포저는 2607억유로에 달한다며 프랑스로의 위기 전이 가능성을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금융연구원도 "유럽 위기가 악화될 시 2386억달러에 이르는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단기차입금 상환 1052억달러, 채권자금 565억달러, 주식자금 769억달러)

이에 국내은행들은 위기가 심화되는 미국과 유럽의 외화차입 비중을 줄이고, 신흥국 등으로 차입선을 다변화할 것을 권하고 있다.

앞서 금융감독원도 지난 9월23일 유로존 재정위기로 인해 국내 금융기관의 외화유동성이 악화되지 않도록 외화차입선을 다변화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 은행들과 회의를 갖거나 실무진 미팅 등을 진행할 때 차입선 다변화에 대한 필요를 끊임없이 환기시키고 있다"며 "은행들도 이를 위해 말레이시아 링깃화나 태국 바트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에 시중은행 관계자는 "국내 은행 자산 중 유로화 자산이 많아서 그런 얘기들이 나오는 것 같다"며 "미국이나 유럽 뿐만 아니라 중동, 일본이나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선진시장에 차입선을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국내 은행들이 외화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원화 가격 폭락을 가져 왔으며, 이에 정부와 한국은행이 대규모 자금수혈에 나서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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