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삼성증권發 '치킨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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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양종곤기자] "협의수수료는 일대일 계약이기 때문에 각 증권사마다 공개범위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증권이 '자세하게' 공개해버리는 바람에 우리도 그만큼 공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솔직히 '치킨게임' 하자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사석에서 만난 한 대형증권사 직원이 삼성증권을 쏘아붙였다. 협의수수료는 사실 적확한 명칭은 아니고 업계에서 통용되는 용어다. 일종의 추가할인율이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100억을 가진 고액자산가가 지점에 돈을 맡기면 지점 입장에서 1%만 수익으로 떨어져도 1억이 된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이들 고객을 붙잡기 위해 수수료률을 추가로 낮춰주는데 이를 '협의수수료'라고 부르고 있다.

물론 규정에 어긋난다거나 불법은 아니다. 여타 금융업종 역시 '전결금리'라는 명목으로 우량고객에게 추가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여타 금융사들 역시도 우량고객에 대한 혜택을 상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른바 '영업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앞서 삼성증권은 지난 8월 협의수수료를 자사 홈페이지에 공개했는데 그 배경을 살펴보면 더욱 흥미롭다. 자본시장법상으로는 협의수수료를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것이 맞지만 '비공개'가 업계의 공공연한 관행처럼 인식돼 왔다.

실제로 지난 8월 금융당국이 조사한 결과 대부분 증권사가 이를 어겼고, 몇 몇 증권사는 제재조치가 가해질 전망이다. 결국 삼성증권은 이를 미리 알고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여타 증권사들의 입장은 더욱 복잡해졌다. 삼성증권의 협의수수료 공개범위가 증권업계의 가이드라인처럼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다수 계약의 경우 협의수수료가 상이해 공개범위를 놓고 증권사들의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여타 증권사들의 경우 11월이 돼서야 당국으로부터 통보를 받았다는 점에서 관련 대응책도 전혀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사실 협의수수료는 위탁수수료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증권사들의 '젖줄'인 고액자산가, 법인 등을 유치할 수 있는 점에서 증권사간 물밑경쟁이 치열한 부분이다. 자칫 '비싸다'는 인식이 확산될 경우 우량고객이 대거 이탈하는 사태도 배제하기 어렵다.

물론 자신들의 영업기밀을 '과감히' 공개한 삼성증권을 나무랄 수는 없다. 당국의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가히 업계의 '모범생'이라 할만 하다.

하지만 경쟁사들로부터 제기되고 있는 불만이 1등 증권사에 대한 단순한 시기인지, 아니면 이른바 상도덕에 어긋나는 대형증권사의 횡포인지에 대해서는 좀더 고민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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