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상환능력 '빨간불'
가계 부채상환능력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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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 늘었는데 소득 '제자리'…금융위기 때보다 악화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국내 가계부채가 900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유럽재정위기에 따른 경기부진과 부동산시장 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가계의 부채상환능력이 악화되고 있다. 이는 집단대출,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상승 등을 통해 표면화 되고 있다.

2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가계부채를 뜻하는 가계신용 잔액은 3월말 기준 911조4000억원(가계대출 857.8조원, 판매신용 53.6조원)을 기록하고 있다. 자영업자 등의 대출을 모두 포함하면 가계부채가 사실상 1000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지난 1분기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318조6869억원으로 전기대비 0.4%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난 2010년 3분기(0.4%) 이래 18개월만에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은 지난해 2분기 0.9%에서 3분기 1.2%, 4분기 2.3%로 확대되다가 올 1분기에 대폭 감소했다.

국민총처분가능소득이란 국민총소득(GNI)에서 해외로 무상 송금한 금액을 제외하고 무상으로 받은 금액을 더해 실제로 국민이 사용할 수 있는 소득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가계신용을 국민총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배율은 2.86배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2.83배)보다 높은 수치로 배율이 높다는 것은 가계의 부채 상환 능력이 그만큼 악화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연체율 급등으로 표면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가계 집단대출 연체율은 1.5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집단대출은 아파트 분양ㆍ입주 과정에서 이뤄지는 대출로 올해 들어 1월 1.31%, 2월 1.44%, 3월 1.48%로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집단 대출 연체율은 부동산 경기가 장기간 침체를 지속한 데 근본 원인이 있지만 큰 틀에서는 가계의 부채 상환능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급등세다. 지난 4월 말 현재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0.79%로 5년6개월 만에 최고치다. 시중은행 상당수는 연체율이 1%를 넘는다.

저소득층이 주로 이용하는 대부업체의 연체율도 가파른 상승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대부업체 연체율은 8%로 지난해 6월에 비해 1.5% 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지난 2009년 12월 8.5%를 기록한 이후 최고치다.

김영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지난 2008년 4분기 이후 200조원 가까이 부채가 급증한데 비해 국민 소득은 많이 증가하지 못했다"며 "이는 가계의 상환능력이 그만큼 떨어졌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김 연구원은 "현재는 주택가격이 조정되는 상황으로 이 과정에서 일부 가계의 상환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며 "국내 경제에 위험할 정도는 아니지만 대외부문 충격이 커진다면 금융기관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져 자금 경색에 직면하는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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