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IR서 '발행주식 소각'에 힘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왜
뉴욕 IR서 '발행주식 소각'에 힘준 진옥동 신한금융 회장, 왜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진 회장 "경쟁사 대비 125~160% 많은 주식수 고민"
KB·하나의 126%·174% 달해···유증으로 격차 벌어져
6분기 연속 자사주 매입···올해 '4500억+α' 소각 검토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지난 3월 26일 오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경쟁사 대비 많은 주식수를 줄여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단 계획을 밝히면서 3년여 전 단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유증)'에 다시 한번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신한금융의 주식수가 경쟁사 대비 많은 배경으로 당시의 유상증자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유증으로 주식수가 증가하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는데, 이후에도 해소되지 않은 '오버행(잠재적 과잉 물량)' 우려로 좀처럼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모습을 이어왔다. 유증을 통해 주요 주주로 받아들였던 글로벌 PEF들도 3년여 만에 대거 빠져나가면서 당시 투자가 '성공'보다는 '실패'로 끝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진옥동 회장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콘래드 다운타운호텔에서 열린 '2024년 금융감독원·지자체·금융권 공동 뉴욕 투자설명회(IR)'에 참석, 주가 부양 의지를 밝혔다.

이 자리에서 진 회장은 "그동안 (그룹이) 꾸준히 성장해왔는데 자기자본이익률(ROE) 등 주주환원율은 떨어졌다"며 "투자자들에게 반성문을 쓰는 부분인데 경쟁 은행에 비해 신한의 발행주식량이 125~160%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충분한 손실흡수 능력이 갖춰진 상태에서 ROE 10%를 목표로 발행 주식수를 줄이는 것이 우리의 재무정책"이라며 "향후 2~3년 정도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환원 정책을 이끌고 가겠다"고 했다.

진 회장이 '반성문'이란 표현을 쓰면서까지 지적했던 신한금융의 총 주식수는 이날 기준 5억939만3214주(보통주)로, 동종업계 경쟁사인 KB금융지주(4억351만1072주)의 126%, 하나금융지주(2억9235만6598주)의 174%에 달한다.

신한금융과 경쟁사들 간 주식수 차이가 크게 벌어진 것을 두고 지난 2020년 10월 단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결정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신한금융은 글로벌 PEF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EQT프라이빗캐피털(옛 베어링PEA)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두 사모펀드는 각각 신한금융 지분 3.9%와 3.6%를 확보했다. 증자로 신주 3913만주가 발행됐다.

유상증자 전 신한금융의 주식수는 4억7739만6835주로 같은 시기 KB금융의 주식수 4억1580만7920주의 115% 수준이었다. 하나금융(3억24만2062주)과 비교하면 159% 수준이었다. 그러나 유상증자 후 신한금융의 주식수가 5억1652만6835주로 늘면서 KB금융과 하나금융과의 주식수 차이가 124%, 172%로 대폭 확대됐다.

이후 신한금융은 꾸준히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식량을 줄여나갔다. 신한금융이 유증 이후 매입한 자사주 규모는 △2022년 1500억원 △2023년 5000억원 △2024년 현재 1500억원 등이다. 특히, 지난 2022년 4분기 이후 6분기 연속 자사주를 매입하며 주요 금융지주사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소각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다만, 그동안 경쟁사들도 주식수를 줄이면서 격차를 좁히진 못했다. 오히려 현재 신한금융의 주식수는 KB금융의 126%, 하나금융의 174%로, 유증 직후보다 더 벌어진 상태다.

주가 회복세도 두 경쟁사 대비 더디다. 신한금융의 이날 종가는 4만9000원으로 지난해 말 종가(4만150원) 대비 22.0% 상승했는데, 같은 기간 KB금융 50.8%(5만4100원→8만1600원), 하나금융 48.2%(4만3400원→6만4300원)의 상승세와 비교하면 더딘 수준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초 PEF들이 대거 지분을 매각하면서 오버행 이슈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여전히 경쟁사 대비 저조한 주가 성적표는 뼈아플 수밖에 없다"며 "진 회장의 발행주식량 축소 발언도 그런 고민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은 올해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 앞서 신한금융 이사회는 지난달 말 이사회에서 올해 2~3분기 3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의했다. 이후 현재의 자본비율 수준을 유지해 4분기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을 적극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천상영 신한금융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26일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 3분기까지 자사주 소각을 하면 지난해 연간 자사주 취득·소각 규모와 비슷하다"며 "분기 경상체력이 1조5000억원 수준으로 현재와 같은 기초 체력과 자본비율 관리 역량을 고려하면 4분기에도 상당한 규모의 자사주 소각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관련기사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